창립 40주년 맞은 아산재단 정몽준 이사장 "빈곤 악순환 끊겠다는 아산의 뜻 잇겠다"

입력 2017-10-26 20:28  

장학금·의료비 등 2556억 지원…기념행사 열어 설립자 뜻 기려

"수많은 어려움 딛고 사업 일궈 주식 절반을 재단설립에 기부"



[ 이지현 기자 ] 1977년 고(故) 아산(峨山)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현대건설 발행주식의 절반을 출연해 아산사회복지재단(아산재단)을 세웠다. 복지라는 개념도 생소하던 때다. 아산은 ‘질병으로 인해 빈곤해지고 빈곤하기에 병이 생긴다’고 여겼다. 재단 설립 이듬해부터 전북 정읍, 경북 영덕 등 의료취약지역에 종합병원을 세웠다.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 여성 등의 자립을 돕기 위해 사회복지단체도 지원했다.

40년이 지났다. ‘빈곤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아산의 뜻은 여섯째 아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사진)이 잇고 있다. 아산재단은 26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창립 40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재단 이사, 자문위원, 소속 병원장, 임직원 등 450여 명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정 이사장은 ‘아산의 실패 사례’를 언급했다. 역경 속에서 성공을 일군 아산의 삶을 통해 재단 설립 취지를 되새기자는 뜻에서다.

◆“아산도 어려움 끝에 사업 성공”

정 이사장은 1953년 고령교 공사를 소개했다. 당시 아산은 대구와 경남 거창을 잇는 다리 건설을 수주했다. 하지만 6·25전쟁 직후 자재값이 폭등했다. 장비도 부족했다. 임원들은 모두 포기하자고 했다.

아산은 “기업인은 주판을 엎고 일할 때도 있다”며 밀어붙였다. 공사가 끝난 뒤 빚더미에 올랐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가 됐다. 아산을 믿게 된 정부가 대형 프로젝트를 잇따라 맡겼다. 현대건설이 건설업계 1위에 올라서는 기반이 됐다.

정 이사장은 “국내에 고속도로가 없던 1966년 수주한 태국 고속도로 공사에선 20% 이상 적자를 봤고, 1969년 미국 알래스카 협곡 교량공사에서도 영하 40도의 혹독한 추위와 난공사로 공사금액의 30% 이상을 배상금으로 줘야 했다”고 했다. 아산은 하는 일마다 성공한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정주영 설립자도 수많은 어려움을 겪은 끝에 사업에 성공했다”며 “그렇게 일군 기업의 주식 절반을 기부해 아산재단을 설립했다”고 강조했다.

◆재정지원 벗어나 재활 자립에 초점

아산재단은 소외된 이웃에 재정을 지원하는 것에서 벗어나 이들이 재활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아산재단 지원을 받은 사회복지단체는 4501개다. 지금까지 955억원을 지원했다. 사회적 요구에 따라 새로운 지원 분야를 발굴하고 있다. 재단 설립 초기에는 장애인 복지에 신경을 썼다. 1980~1990년대에는 노인·여성·아동·청소년, 2000년대에는 외국인근로자·새터민·다문화가정의 재활과 자립을 돕고 있다.

아산재단이 질병의 고통을 끊기 위해 무의촌에 세운 병원은 8곳으로 늘었다. 전국에 운영하는 병상만 4400여 개다. 서울아산병원은 국내에서 암과 장기이식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병원이다. 강원 강릉·홍천, 전남 보성 등의 아산병원은 지역주민 건강을 책임지는 병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재단도 함께 성장했다. 국내 기업 재단 중 한 해 사업비와 총자산 규모가 가장 크다.

의료비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환자 63만 명에게 의료비 810억원을 지원했다. 학술연구 과제 2322건을 선정해 207억원을 지원했다. 저소득 학생 3만 명에게 584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해 학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도왔다. 모친에 이어 2대째 장학금을 받은 한 학생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해내는 법’이라는 아산의 뜻을 깊이 새기며 살겠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아산재단이 40년간 국내 복지 증진을 위해 지원한 금액은 2556억원 규모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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