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병일 기자 ] 벽화가 주는 매력은 크다. 황량한 골목길을 생동감 넘치는 알록달록한 길로 만들기도 하고, 한적한 미술관을 벽에 녹여놓은 듯 예술적 감각이 넘치는 마을길로 꾸며주기도 한다. 선선한 가을의 정취와 함께 벽화마을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달의 추천길로 선정된 곳은 ‘걷기여행길 종합안내포탈홈페이지에서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① 정겨운 추억이 있는 인천둘레길 11코스
코스경로:도원역~우각로문화마을~인천세무서~금창동주민센터~창영초등학교~배다리헌책방거리~송현근린공원~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동인천역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 그럼에도 우리는 ‘연탄’과 ‘산동네’ 등 희미해져가는 단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감상에 젖는다. 그렇게 정겨웠던 지난날을 추억하는 건 지친 삶을 달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인천둘레길 11코스엔 ‘연탄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이름만으로도 이미 어린 시절, 연탄이 그득하게 쌓인 골목길을 누비던 그때가 떠오른다. 연탄길은 사라져가는 풍경을 아직 붙잡고 있다. 재개발에 밀려 사라져가는 골목길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고 미로 같은 산동네 풍경이 아직도 남아 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옛 추억을 안겨주는 곳이다. 5.2㎞에 1시간20분 걸린다.
② 강렬한 벽화 가득 묵호 논골담길 1~3길
코스경로:논골1길 입구~문어와 머구리 벽화~행복상회~바람의 언덕~논골2길 입구~힐링하우스~논골3길~오징어 벽화~묵호등대
강원 동해시 묵호항에서 언덕 위 등대까지 다닥다닥 집들이 붙어 있는 묵호등대마을은 하늘이 가까운 전형적인 달동네다. 비록 집은 비좁지만 바다를 마당으로 삼은 덕분에 조망이 시원하다. 이 마을 구석구석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는 우리나라 어느 벽화마을에서 볼 수 없는 강렬한 리얼리티가 담겨 있다. 지역 화가들이 머구리, 어부 등 실제 주민들을 모델로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마을에는 논골담 1, 2, 3길이 거미줄처럼 마을 구석구석을 이어지며, 논골담1길~2길~3길~묵호등대 순으로 이어서 걸으면 좋다. 1㎞의 짧은 길이며 40분 걸린다.
③ 커피향 은은한 바우길 5코스 바다 호숫길
코스경로:사천해변공원~경포인공폭포~경포대~허난설헌기념관~강문해변~송정해변쉼터~강릉항(죽도봉)~솔바람다리~남항진
강원 강릉 바우길 5구간 바다호숫길은 강릉이 자랑하는 경포호와 4㎞에 걸쳐 이어지는 해송숲길의 청신함을 만끽할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여기에 커피향 그윽한 안목해변과 금강소나무 숲길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이용률이나 만족도 면에서 모두 최상위권을 차지한다. 해파랑길 39코스와 노선을 공유하기도 하는 이 길에서 근래 조성돼 벽화골목으로 소소하게 이름을 알리고 있는 안목항 ‘버스 타는 그림골목’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또 이 노선의 북쪽 끝인 사천진항은 강릉을 물회의 고장으로 알린 진원지다. 물회 전문 식당이 여럿 있는데, 어느 집에 가도 기본 이상의 맛을 기대할 수 있어 식도락가들에게도 권할 만하다. 16㎞에 제법 긴 길이며 6시간 걸린다.
④ 말 관련 전설 있는 마비정 누리길 1~3코스
코스경로:1코스(마비정벽화마을~삼필봉), 2코스(마비정벽화마을~가창 정대리), 3코스(마비정벽화마을~화원자연휴양림)
대구 달성군 마비정누리길은 마비정벽화마을을 기점으로 삼필봉, 가창 정대리, 화원자연휴양림을 각각 종점으로 하는 3개의 걷기 코스가 있다. 말(馬)과 관련된 아련한 전설이 있는 마비정누리길의 중심에는 마비정벽화마을이 있다. 마을 전체가 1960~70년대의 농촌 풍경과 시대 분위기를 토담과 벽담을 활용해 벽화로 표현한 점이 정겹다. 마을에는 국내 유일의 연리목+연리지 사랑나무가 있는데, 나무 앞에서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하니 재미삼아 들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1코스 1.5㎞, 2코스 5.5㎞, 3코스 1.4㎞로 1, 3코스는 30분 걸리며 2코스는 2시간30분 걸린다.
⑤ 근대문화유산 4코스 삼덕 봉산 문화길
코스경로: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삼덕동문화거리~방천시장,김광석길~봉산문화거리~대구향교~건들바위
대구 중구 골목투어는 대구의 원도심이라 불리는 중구의 근대 문화유산을 찾아가는 골목길이다. 동네와 동네를 실핏줄처럼 이어주는 골목에서는 잊혀진 대구 역사,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도란도란 들려온다. 그중 4코스 삼덕 봉산 문화길은 역사와 예술이 숨 쉬는 길이다. 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 김광석길과 방천시장, 봉산문화거리, 건들바위 등을 두루 둘러보자. 4.95㎞이며 2시간50분 걸린다.
⑥ 슬로시티 느린꼬부랑길 1코스 옛이야기길
코스경로:방문자센터~관록재들~봉수산자연휴양림~애기폭포~대흥동헌~방문자센터
충남 예산군 느린꼬부랑길은 슬로시티 대흥 곳곳을 누비는 길이다. 교과서에 실린 ‘의좋은 형제’ 이야기가 유래한 마을로 역사와 전통, 자연생태가 숨 쉬는 고장이다. 느린꼬부랑길 1코스 옛이야기길은 의좋은 형제 공원에서 시작해 되돌아오는 코스다. 소소한 시골마을 풍경과 봉수산 중턱에 자리한 봉수산자연휴양림에서 바라보는 예당저수지 풍경, 동헌 앞에 자리한 의좋은 형제 이야기 등 슬로시티 대흥의 다양함을 만나게 된다. 예당저수지의 물결처럼 한적한 마을에는 벽화가 소박하게 그려져 있어 옛 풍경을 더해준다. 5.1㎞에 1시간30분 걸린다.
⑦ 명화전시장 전주 도란도란 시나브로길 1코스
코스경로:한옥마을(전통문화관)~남천교~산성벽화마을~관성묘~분기점~천경대~만경대~억경대~분기점~원당마을~전주천~천주교성지~전주자연생태박물관~한벽당~자만마을~오목대~향교
도란도란 시나브로길은 전주 한옥마을 남쪽에 있는 전주한벽문화관을 출발해 남고산성 너머 원당마을로 내려섰다가 전주천 둑길을 따라 다시 한옥마을(전주향교)로 돌아오는 원점회귀형 걷기길이다. 골목마다 재미있는 벽화들이 숨어 있는 옥류마을, 자만마을은 이 길의 절정 구간. 특히 자만벽화마을은 글로벌한 스토리들이 벽화로 그려져 골목마다 명화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5년 전 어떤 화가가 남은 페인트를 재활용한 것이 계기가 돼 지금은 40호 이상의 집 담벼락과 대문이 갤러리로 변했다. 12㎞이며 3시간30분 걸린다.
⑧ 미국 선교사의 발자취 양림동 둘레길
코스경로:양림동 커뮤니티센터~광주 정공엄지려와 충견상~이장우 가옥~최승효 가옥~뒹굴동굴~양림파출소~양파정~통기타거리~사직공원산책로~충현원~다형 김현승 시비~선교사묘원~우일선 선교사 사택~피터슨 선교사 사택~호랑가시나무~커티스 메모리얼홀~3·1만세운동 기념동상~수피아홀~윈스브로우홀~푸른길~정율성 거리~정율성 생가~3·1만세운동 발상지~오웬 기념각~어비슨 기념관
광주 양림동 둘레길은 경주 ‘황리단길’과 함께 요즘 뜨고 있는 도심 골목이다. 근대역사문화마을로도 유명한 양림동은 골목마다 아기자기한 벽화로 수를 놓았다. 심지어 PC방 벽에도 근사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19세기 초 이곳에 자리 잡은 미국 선교사들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으며,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건축물인 우일선 선교사 사택은 그중 백미다. 또 구한말에 지어진 고래등 같은 한옥과 소박한 민가, 모던한 문화 공간이 걷기 여행자를 유혹한다. 4.5㎞이며 2시간30분 걸린다.
⑨ 민초들의 삶 우수영강강술래길
코스경로:울돌목물살체험장~울돌목해안데크~전라우수영~강강수월래전수관~우수영유스호스텔~청룡산쉼터정자~충무사연리지~충무사~우수영해안데크~우수영항~법정스님생가~방죽샘~명량대첩비~우수영5일장~망해루
임진왜란 당시 백의종군하던 이순신 장군이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복귀한 뒤 해전사에 영원히 남을 대승을 거둔 곳이 회오리바다로 불리는 울돌목이고 그 전투를 명량대첩이라고 부른다. 우수영강강술래길은 명량대첩 현장인 울돌목과 조선 수군의 본영이었던 전라우수영을 잇는 길이다. 걸음마다 충무공과 조선 수군 그리고 민초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특히 우수영마을은 골목마다 벽화, 조형작품, 작은 갤러리 등이 있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7.3㎞에 3시간 걸린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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