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주 언제 팔지…가진 자들의 고민

입력 2017-10-27 13:09   수정 2017-10-27 13:10



(윤정현 증권부 기자) 없어도 고민, 있어도 고민입니다. 올해 상승장을 주도한 정보기술(IT)주를 두고 나오는 말입니다.상승 초반에 반도체 대표주자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미처 못 담은 사람들은 ‘있어서 고민’이라는 건 ‘사치’라고 합니다. 당장 팔아도 충분한 두둑한 수익을 냈을텐데 무슨 고민이 필요하냐는 겁니다. 하지만 실제 보유자들은 심각합니다. 계좌에 찍힌 수익률로 흐뭇한 것도 잠시 “팔고 나서 더 많이 오르면 어쩌지”라는 불안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그간의 질주를 잠시 멈추고 쉬어갈 때 그 불안은 극에 달합니다. 270만원을 웃돌던 삼성전자는 260만원대에서 숨고르기 중입니다. 8만9000원까지 오르며 당장이라도 9만원을 뚫을 기세던 SK하이닉스는 8만원대 안팎을 오르내립니다. 올해 연초에 1000만원의 여윳돈을 SK하이닉스에 투자해 지금가지 갖고 있다면 800만원이 넘는 돈을 벌었습니다. 물론 아직 팔지 않았으니 미실현 수익입니다.

하지만 올 7월에 7만원을 웃돌던 SK하이닉스가 8월 6만원대 수성마저 위협을 받는 것을 보고 바로 팔았다면 350만원 가량의 수익금을 손에 쥐었을 겁니다. IT주를 한주도 갖고 있지 않은 투자자라면 “그 정도 수익이 어디냐”고 하겠지만 당사자는 현재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쳐다보기도 싫을 겁니다.

올해 두번째로 찾아온 최근의 IT주 조정에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올 8월 같은 잠깐의 시련일지 본격적인 조정의 시작일지 확신이 서지 않아서입니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IT를 팔아야 할까요’라는 직설적인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IT주 투자자들에게 조언합니다.

결론은 “아직 아니다”라는 겁니다. 박 연구원은 큰 흐름에서의 변화에 주목합니다. 2000년대 초반 PC와 초고속 인터넷 보급, 2007년 이후 전세계 공장으로서의 중국 설비 투자처럼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이 주도하는 새로운 인프라가 깔리고 있다는 겁니다.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등에 필요한 네트워크와 필수 장비와 부품 수요는 갈수록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올해 주가가 많이 올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저평가 상태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것은 이익 증가세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 연구원은 “반도체는 사상 최대 이익을 내고 있고 디스플레이는 안정적인 실적을 기반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며 “내년에 상황은 더 좋아질테니 단순히 과거와 비교해선 안된다”고 말합니다. “아직은 IT를 팔 시기가 아니다”라는 문장으로 마무리한 박 연구원의 보고서가 IT주 투자자들의 불안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끝) /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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