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대출 총량 규제에 나서겠다고 예고하자 분양시장이 분주해졌다. 모델하우스 앞은 평일 오전부터 수백미터의 긴 줄이 늘어서는가 하면 상담창구는 당첨 가능성을 묻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27일 서울 상일동에서 문을 연 ‘고덕 아르테온’ 모델하우스엔 이날 오후 2시까지 5400여명의 예비청약자가 몰렸다. 추석 연휴 이후 서울에서 개장한 모델하우스 가운데 첫날 오전 방문객으로는 가장 많은 숫자다.
갓난아기를 안고 온 서유나(31·가명) 씨는 “내년부터는 대출 한도가 줄어들 것 같아 올해 안으로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로 했다”며 “다음 달까지 문을 여는 모델하우스엔 모두 들러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이 고덕주공3단지를 헐고 4066가구로 재건축하는 이 아파트는 일반분양분이 1397가구에 달해 올해 서울에 공급된 아파트 가운데 최대 규모다. 나머지 분양 예정 단지들의 경우 일반분양분이 많지 않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규제 시행 전 청약통장을 사용할 마지막 기회라는 게 예비청약자들의 평가다.
분양가가 예상보다 낮았던 것도 ‘규제 막차’ 열기에 불을 당겼다. 이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346만원에 책정돼 지난해 9월 분양한 ‘고덕 그라시움(3.3㎡당 2338만원)’과 차이가 거의 없다. 전용면적 84㎡ 기준 7억3000만~8억5000만원대다.
강동구에 20년째 거주중이라는 중년 남성은 “그동안 이 지역 아파트값 상승폭을 감안하면 의외로 낮은 가격”이라며 “대출이 막히면 이 가격에 나와도 살 수 없을 테니 지금이 청약 적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분양가가 9억9000만~11억원대인 전용 114㎡의 경우 계약금-중도금-잔금의 비율이 10%-30%-60%로 책정됐다. 일반적으로 중도금의 비율이 60%인 것과 비교하면 30%포인트 낮다. 분양가가 9억원을 넘을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대출 보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유창석(62·가명) 씨는 “분기마다 1억원씩 자납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수년 뒤의 가격 상승을 감안하고 있다”면서 “앞으론 이런 기회도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가계부채종합대책을 통해 내년 1월부터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을 도입하고 하반기 중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DTI는 연간 원리금상환액을 계산할 때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과 기존 대출의 이자상환분만을 반영하지만 신DTI는 기존 대출의 원금상환액까지 반영해 그만큼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존엔 소득으로 갈음하던 연금납부액과 카드사용액도 일정비율 차감된다. 장래소득을 감안하기 때문에 젊은 세대의 경우 한도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구체적인 증액 기준은 마련되지 않았다.
DSR은 신DTI보다 강력하다. DSR이 도입되면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 모든 금융권 대출 상환액을 연소득과 비교해 대출 한도를 따지게 된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대출 보증한도가 수도권과 광역시, 세종시의 경우 기존 6억원에서 5억원으로 줄어든다. 보증비율은 90%에서 80%로 축소된다. 기존 보증이 없는 예비청약자가 9억원짜리 아파트에 당첨돼 중도금 60%(5억4000만원)를 대출로 조당할 경우 보증받을 수 있는 금액은 현재 4억8600만원에서 4억3200만원으로 줄어든다. 나머지 5400만원을 개인신용 등으로 조달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정부의 대출 총량규제 기조가 명확한 만큼 수요자들은 올해 안으로 아파트 분양을 서두르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며 “주담대 외의 신용대출 등을 활용하는 ‘당겨쓰기’ 전략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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