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현정 기자 ]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들의 자산관리 방식을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2017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가들의 올 한 해 목표수익률은 연 5% 전후다. ‘돈’의 속성을 잘 아는 부자들이 원하는 목표 수익률은 왜 연 5%일까? ‘5%’ 확정금리 상품이 멸종된 저금리 시대, 안정적으로 5% 수익을 얻을 방법은 무엇일까.
10억원의 자산을 연 1% 예금에 넣어뒀을 때와 연평균 5%의 투자 상품으로 운용할 때의 차이를 생각해보자. 금리가 연 5%일 때 자산을 두 배로 불리는 데는 약 14년의 시간이 걸린다. 1%면 무려 70년이 걸린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우주의 법칙에 빗대 이를 설명한다. 중력이 커질수록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느려지는 것처럼 저금리로 갈수록 자산 증식에 걸리는 시간이 가속적으로 느려진다. 금리가 연 3%면 23년, 2%면 35년, 1%면 무려 70년이 걸린다. 단 1%포인트만 낮아져도 자산 증식의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느려진다.
그렇다면 왜 10%대 이상 고수익이 아닐까. 금리를 다시 올리며 자산을 두 배로 불리는 데 단축되는 시간을 따져보면 6%면 12년, 7.5%면 10년이다. 금리가 2%에서 3%로 1%포인트 높아지면 단축되는 시간이 12년이지만, 5%에서 6%로 올라가면 2년 정도로 그 차이가 크게 좁혀진다.
반면 저금리 시대 5% 이상을 넘어서는 투자는 위험이 그만큼 가속으로 증가한다. 균형 잡힌 투자의 마지노선으로 5%가 주목되는 이유다. “욕심을 부려 5%를 넘어 10%를 추구한다면 과잉 원심력으로 균형을 잃고 궤도를 이탈해 우주 미아가 될 수 있다”고 연구소는 경고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연 5%의 수익을 달성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중위험·중수익에 대한 달콤한 ‘환상’을 깨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센터장은 “연 5% 수익의 안전한 상품은 없다. 만약 있다면 은행 대출을 받아서라도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하면서도 5% 수익을 내기는 그만큼 힘들다는 얘기다.
따라서 연 5%의 수익을 내려면 그만한 위험도 감내해야 한다. 김성봉 삼성증권 WM리서치팀장은 “기준금리가 연 1%대인 상황에서 연 5%의 수익을 얻기 위해선 상당한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위험·중수익 하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수익’에만 혹하지 말고, 숨은 ‘위험’ 관리가 성공 투자의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리스크 크기를 꼼꼼히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개별 ‘스타’보다 조화를 이룬 ‘팀’을 주목하는 것도 방법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이사)은 “저금리 시대에 연 5% 수익을 ‘보장’하는 금융상품은 찾기 어렵지만 주식과 채권의 조합 등 자산 배분으로는 얼마든지 달성 가능하다”고 말했다. 개별 금융상품의 이면에 있는 리스크를 서로 상쇄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조합이 답이라는 얘기다.
신동일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만일에 닥칠지 모르는 충격에 대비하고 안정적 수익을 거두려면 선진국 등 글로벌 분산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배현정 한경 머니 기자 gr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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