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몽' 앞세워 공세 강화… 미국과 패권경쟁 격화 예고

입력 2017-10-27 19:01   수정 2017-10-27 19:02

시진핑의 신시대
(3)·끝 - 두 얼굴의 중국몽

'도광양회'서'분발유위'로
2050년까지 세계 최강국 목표
'미국 우선주의' 흐름에 맞서 새로운 국제질서 구축 의지

군사력 확대도 박차
국방예산 늘려 무기 현대화
'일대일로' 프로젝트 가속
주변국과 국경분쟁 잦아질 듯



[ 베이징=강동균 기자 ] ‘신형 국제관계 구축.’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2기 대외정책 키워드로 내세운 구상이다. 상호 존중과 공평·정의, 협력, 상생 등을 통해 국제사회 공동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이란 위상에 걸맞은 외교정책을 펴고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자국 우선주의로 치우치는 틈을 활용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라고 외교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중국몽’ 강조…G 제로 시대 리더로 부상

시 주석은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것은 근대 이후 중화민족의 가장 위대한 꿈(中國夢)”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공산당이 인민과 역사를 향해 하는 장엄한 약속이라고도 했다.

‘중국몽’은 시 주석이 2012년 18차 당대회에서 총서기에 오른 직후 처음으로 내세운 것이다. 덩샤오핑(鄧小平) 전 주석이 대외정책의 원칙으로 제시한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은밀히 힘을 기른다)’와의 결별을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중국의 대외정책은 중국에 이익이 되는 일이면 적극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분발유위(奮發有爲·떨쳐 일어나 해야 할 일을 한다)’로 바뀌었다.

시 주석은 이번 당대회에서도 중국몽을 서른두 차례나 언급하며 2050년까지 세계 최강국으로 우뚝 서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시 주석 집권 2기 중국의 대외정책이 더욱 단호하고 적극적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시 주석은 그러나 “중국은 절대로 헤게모니를 추구하거나 팽창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집권 1기 국제사회 곳곳에서 ‘중국 위협론’이 제기된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어떤 국가도 홀로 인류가 직면한 모든 도전 과제에 대응할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따라 시 주석 집권 2기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앞세운 미국과의 패권 경쟁이 더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이자 미국 조사회사 유라시아그룹 대표인 이언 브레머는 “현재 국제사회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부상으로 미국의 상대적 영향력이 떨어져 리더가 없는 ‘G 제로’ 시대가 됐다”며 “중국이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초강대국이 돼 국제사회의 리더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몽을 강조하며 신형 국제관계 구축을 주창한 것은 미국에 맞서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며 “미국이 사실상 세계 리더 역할을 포기하자 중국이 새 리더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대일로와 강군몽 실현으로 뒷받침

시 주석은 중국몽과 신형 국제관계 실현을 위해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일대일로는 중국의 대외 영향력을 아시아 주변국을 넘어 세계로 확대하기 위해 시 주석이 2013년부터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2022년까지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를 잇는 철도, 도로, 항만, 전력망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1조2000억달러(약 1350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40억달러 규모의 실크로드펀드를 조성했다. 1000억달러 규모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도 설립했다. 지금까지 5000억달러가량을 투입했다. 중국 은행들은 일대일로 일환으로 추진하는 470개 사업에 800억달러를 대출했고, 기업들은 57개 국가에 96억달러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일대일로 추진 과정에서 해당 국가의 정서와 이익을 고려하지 않아 곳곳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시 주석은 미국을 뛰어넘는 일류국가 건설을 위해 2050년까지 세계 최강의 군대를 기르겠다고 강조했다. 2020년까지 인민해방군의 기계화와 정보화를 실현하고, 2035년까지 국방·군대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달성해 2050년엔 세계 일류 군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겠다는 세 단계 시간표를 제시했다.

인민해방군은 시 주석 집권 1기 7대 군구(軍區)를 동부·서부·남부·북부·중부 5대 전구(戰區)로 줄이고 18개 집단군(군단급)을 13개로 축소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방어전에서 벗어나 ‘싸워서 이기는 군대’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육군을 줄이고 해군을 늘렸다. 장비 현대화에도 힘써 올해 들어서만 중·대형 함정 10척을 건조했다. 올해 국방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1조위안(약 170조원)을 넘겼다.

중국 군사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집권 1기 구축한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집권 2기엔 전투력이라는 소프트웨어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내다봤다. 홍콩 군사 전문가 량궈량은 “인민해방군은 전력 증강과 육·해·공 합동작전 능력 제고를 통해 활동 범위를 해외로 넓혀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미군과의 갈등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 주석은 이와 함께 “중국이 스스로의 이익에 손해 되는 쓴 열매를 삼킬 것이란 헛된 꿈을 버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한 외교안보 문제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인도와의 국경 분쟁,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및 대만 문제,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 등이 중국의 핵심 이익에 속한다. 힘을 내세운 중국의 공격적 외교와 군사정책이 적지 않은 국가들과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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