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의 시선집중! 이 사람]"5G로 안방에서 봅슬레이 탑니다"-전홍범 KT 인프라연구소장

입력 2017-10-29 09:10   수정 2017-10-30 08:17

전홍범 KT 융합기술원 인프라연구소장 인터뷰
100일여앞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세계 최초 5G서비스 개발 주역




동계올림픽 중 대표적인 종목인 봅슬레이. 2명 혹은 4명의 선수들이 유선형의 큰 썰매를 타고 시간을 겨루는 경기다. 평균시속이 130~140km에 달해 눈과 얼 음 위를 쾌속질주하는 썰매종목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이 봅슬레이 경기를 실제로 보면 어떨까? TV로는 봅슬레이를 따라가는 화면만 이 나오고, 경기장에서는 고속도로 차보다도 더 빠르게 '휑'하고 지나가는 선수들을 보게 되는 게 보통이다. 반면 국내에 봅슬레이의 재미를 알린 20여년전 개봉된 영화 <쿨러닝>이나 MBC <무한도전>에서는 표현 방식이 달랐다. 선수들이 직접 탄 관점에서 화면이 나오다보니 역동적이고 속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이러한 화면이 100일 가량을 앞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현실화된다. 거실에서 TV를 통해 봅슬레이 선수들과 직접탄 것 같은 화면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것도 영화나 녹화된 TV프로그램이 아닌 생중계로 말이다. 이게 가능해진 까닭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바로 5G(세대) 기술이 도입되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5G 기술 상용화를 이끌고 있는 KT의 전홍범 융합기술원 인프라연구소장을 27일 만났다.

인프라연구소는 KT의 유무선 네트워크 및 클라우드 인프라와 연관된 차별화된 기술에 관한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기가 LTE(GiGA LTE), 기가 와이어(GiGA Wire) 등을 상용화했고 세계 최초의 5G 기술 규격을 제정해 개발중이다.

▶생각만해도 재밌을 것 같은 그림이다. 봅슬레이만 그렇게 볼 수 있는 건가?

"아직까지는 그렇다. 다양한 화면을 담는다는 건 그만큼 많은 카메라를 달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선수들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동계올림픽 관계기관들은 물론이고 국제봅슬레이연맹 등의 설득과정이 있었다. 카메라를 가장 달고 싶었던 종목은 스키점프였지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른 종목들은 지금도 KT 직원들이 백방으로 뛰어다면서 설득중이다."

▶다양한 각도에서 시청할 수 있다면, 경기에 대한 재미와 관심도 높아질 것 같다.

"그동안은 경기를 직접 보거나 해당 경기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재밌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보는 재미가 덜한 면이 있었다. 더군다나 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과는 달리 배경이 눈이다보니 단조롭게 보일 수 있다. 경기시간이 비교적 긴 편인 크로스컨트리와 같은 종목은 고정된 카메라로 보면 지루하게 느낄 수 있다. 다양한 각도에서 즐길 수 있으니 확실히 재미가 올라갈 것이다."

▶기존의 카메라나 통신망으로는 부족한가?

"카메라가 많다고 하더라도 위치가 고정되어 있다보니 한계가 있다. 오심논란이 대표적이다. 선수들이 뒤엉키는 경기인 쇼트트랙의 경우 선수들에 카메라를 달게 되면 다양한 각도에서 보고 판단할 수 있다. 기존의 LTE 네트워크로는 옴니뷰(Omni-point view), 타임슬라이스 등이 어렵다. 이러한 고용량의 미디어 서비스는 5G 네트워크 기반으로 해야 가능하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이 나만의 재미있는 앵글이나영상으로 TV를 즐긴다는 5G에 적합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이나 2011년 대구육상대회 당시에도 통신과 관련된 홍보가 많았던 것 같다.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에서 새로운 기술들이 선보이는 이유는 뭔가?

"이제까지 올림픽을 비롯한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는 스포츠 경기에서의 각국간 경쟁의 장이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신기술을 홍보하고 알리는 신기술 경쟁의 각축장이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는 최초로 흑백 TV를 이용한 올림픽 생중계가 이뤄졌고 1964년 도쿄 올림픽은 위성을 이용한 컬러 TV 기반의 중계방송을 통해 전후에 기적적인 경제 성장을 이룬 일본의 기술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최근에는 TV나 모바일과 같은 디바이스와의 연계도 중요한 것 같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모바일을 통해 올림픽 경기를 중계하는 서비스가 나왔다. 바로 지난해 열린 리우올림픽에서는 최초로 UHD 기반의 방송 중계가 제공되기도 했다. 올림픽 경기,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시즌에 맞춰서 새로운 TV 모델을 출시하는 것은 이제 TV 산업계의 대표적인 관행이 됐다."

▶한국에서 올림픽을 한다는 건 KT에겐 어떤 의미인가?

"세계의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스포츠 경기 중계서비스를 선보임으로써 신기술에 대한 수요를 촉발시킬 수 있다. 자사, 자국의 기술과 서비스를 홍보할 수 있는 엄청난 광고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평창올림픽은 5G라는 새로운 대용량, 초저지연, 초연결 기술과 VR/AR 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미디어 기술을 스포츠 중계에 적용해 국제사회에 선보이는 기회라는 얘기다. KT는 성공적인 평창올림픽 5G 시범서비스 운영을 통해 5G가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당장상용화가 가능한 준비된 현재의 기술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입장이다."

▶KT의 기술력을 보여주자면 다른 것도 있을 것 같은데, 굳이 5G를 내세우는 이유는 무엇인가?

"간단히 얘기하면 '속도'와 '용량'이다. 현재까지의 LTE(롱텀에볼루션) 기술로는 고용량의 화면을 빠르게 보내기가 어렵다. 카메라나 TV, 모바일 등은 초고화질로 찍고 볼 수 있는 여건이 어느정도 마련되어 있다. 문제는 이러한 데이터를 빠르게 보내는냐다. 또 다른 이유는 '연결성'이다. 유선, 무선, IoT(사물인터넷) 네트워크가 모두 통합되는 미래 네트워크의 핵심 기술이 5G다. 지금까지 주파수와 연결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초현실, 초연결, 초지능 기술은 5G가 되어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 얼마나 개선이 있다는 건지 쉽게 설명해달라.

"5G가 제공하려는 건 초당 1기가비트(Gbps) 이상의 속도, 최대 10ms 이하의 초저지연, 한 장소에서 수만개 이상의 단말 연결 등이다.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당장 느낄 수 있는 건 빨라진 전송속도를 통해서 대용량의 영화나 TV 프로그램도 다운로드 없이 실시간으로 순식간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될 것이다. 사실 5G가 목표로 하고 있는 서비스가 스마트 공장, 자율주행자동차, 스마트그리드, 원격수술 등 B2B(기업간거래) 서비스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이 서비스나 제품을 내놓으면서 삶이 바뀌는 형태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예가 자율주행자동차다."

▶자율주행자동차를 시도하는 자동차 회사들이 많다. 통신회사의 5G를 이용했을 경우의 강점은 무엇인가?

"자율주행자동차는 일종의 로봇이라고 볼 수 있다. 완벽하게 안전한 자율주행 자동차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단지 차량에 부착된 센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센서는 일정한 범위의 이벤트, 영상 등을 감지할 수 있을 뿐이고 사각이 발생할 수 있다. 직접적으로 가까이 있지 않은 곳에서 발생하는 이벤트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자율주행자동차가 5G 네트워크에 연결되면, 주변의 자동차와 도로 상황에 대한 인식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시야에 관찰되지 않는 전방의 교통상황, 신호상황, 주변의 보행자의 움직임, 도로의 장애물 등도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로 한가운데 '포트홀'과 같은 구멍이 있다면 네트워크를 통해 주변을 지나는 모든 차량에게 알려주는 식이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개발하는데 KT가 앞장선다는 것인가?

"한국은 그동안 기가인터넷, 4G LTE 등 초고속 유.무선 네트워크를 선도적으로 구축하고 서비스를 선도했다. 하지만 핵심 기술과 시스템은 대부분 해외 사업자들과 제조업체들이 개발했기 때문에 한국은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에 머물렀던 것이 현실이었다. 이번 5G는 다르다. KT와 주요 글로벌 제조사가 기술 규격을 함께 제정하고 시스템을 개발해 그 가능성을 보여 준 최초의 기술이다. 국내 사업자와 제조사가 선도적으로 개발한 기술이 국제표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시 말해 한국의 사업자와 제조사가 퍼스트무버(First Mover)가 된다는 얘기다."

▶ 실제 구현되려면 KT 독자적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 파트너들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2015년에 5G서비스를 평창올림픽에서 선보인다고 했을 때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이었다. 이제는 5G 기술과 서비스에 대해서 모두가 앞다투어 기술개발과 사업 계획을 내놓고 경쟁할 만큼 핵심기술이 됐다. KT는 규격을 개발하고 논의하는 ‘5G 규격 협의체(5G Special Interest Group)’를 2015년 11월에 구성했다. 본 협의체는 퀄컴, 인텔,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가 참여했다. 이 협의체는 6개의 글로벌 업체의 주요 임직원 100여명이 8개월 동안 총 7번의 총회를 거쳐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회에서 KT가 선보일 5G 시범서비스를 위한 ‘평창 5G 규격’을 2016년 6월 완성했다. 세계적인 업체들이 평창에 상주하면서 KT와 5G를 구현하는데 한 몫하고 있다."

▶그래도 어려운 점이 있을 것 같다.

"물론이다. 5G 시장을 선도하고 서비스 생태계를 키워가기 위해서는 선도적인 망 구축과 상용화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5G 상용화를 위한 핵심 자원인 주파수에 대한 할당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엄밀하게는 상용화에 필요한 주파수가 아직까지 없는 상태다. 미국의 경우 버라이즌, AT&T 등의 사업자가 이미 5G 핵심 주파수를 확보했고 2018년부터 상용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 상태만 보면 우리나라가 세계 첫 시범서비스를 해놓고 실제 서비스는 미국이 먼저할 수도 있다."

▶필요한 이유는 충분히 알았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5G 시범서비스를 위한 5G 시범망 구축이 완료됐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한 모든 네트워크 인프라가 구축됐다는 얘기다. 얼마전 세계 최초로 5G 네트워크-단말-서비스 연동에 성공했다. KT의 5G 시범망과 ‘평창 5G 규격’을 준수한 삼성전자의 5G 단말로 3.2Gbps 이상의 속도가 구현되고 핸드오버가 가능함을 확인했다. 테스트 장비가 아닌 실제 단말이 5G 네트워크에 연결돼 서비스가 전달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다음 주면 올림픽 성화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등 본격적인 올림픽 열기가 시작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한국은 세계 어느나라에서건 '인터넷 강국'이라는 말을 듣는다. 이번 평창 올림픽은 속도 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5G를 개발하고 있다. 임직원 모두 애쓰는 만큼 우리도 보람을 느끼고 보는 국민들도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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