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창시자로 잘 알려진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사진)가 현재의 서열 중심 상대평가를 목표 중심 절대평가 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학교 내신은 절대평가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지난 28일 서울시교육청 교육연수원 우면관에서 열린 ‘2017 서울국제교육포럼’의 기조강연자로 나서 ‘미래교육을 위한 평가의 혁신’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 같이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수능 절대평가 전환,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 확대 적용 등을 추진하고 있다. 수능과 내신의 절대평가는 수능 자격고사화, 학생 수업 선택권을 보장하는 고교학점제 도입 등 주요 교육정책과도 긴밀하게 연결돼 관심이 쏠린다.
박 교수는 “학교 교육이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에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학벌주의와 대학 서열화가 만연하고 그 과정에서 서열 중심 상대평가가 자리 잡았다”며 “학업 성적 우수학생만 높이 평가받는 무한경쟁 상황이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절대평가로 바뀌어야 한다”고 짚었다.
단 ‘절대평가는 선, 상대평가는 악’으로 간주해 절대평가만 강조하고 상대평가를 부정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각각 장단점이 있으니 평가목적에 따라 알맞은 방식을 택하는 등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하자는 얘기다.
그는 평가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 신뢰성을 확보한다는 전제로 “학교 현장의 일상적 평가는 대부분 절대평가가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대입 학교생활기록부 위주 전형에서 주로 보는 ‘교과 위주 상대평가’ 내신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미래 환경에서는 교육 패러다임이 기존 ‘가르치는 교육’에서 ‘배우는 학습’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점도 역설했다.
박 교수는 “학습내용 자체보다 학습능력, 단편적 지식 전수·암기보다는 창의력이 중요해고 있다”며 “공유와 협력의 시대 변화에 걸맞은 인재를 키우려면 교육평가가 지식 측정이 아니라 ‘지식 생성 과정’을 측정하는 수행평가로 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학교 교육과 평가는 교과 성적을 우선시하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철학과 인식에서 벗어나 경쟁완화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명분으로 내건 점수주의에 매몰된 평가를 바로잡지 않고는 교육평가의 본질을 회복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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