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제한된 서울 도심권, 큰 폭 가격 하락 없을 것
선호도 떨어지는 지역은 조정기 때 사는 게 바람직
새 정부 들어 연일 강도 높은 부동산대책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6·19 대책에 이어 8·2 대책, 9·5 대책을 잇따라 내놓은 데 이어 지난 10월24일에는 가계부채종합대책까지 발표했다. 그동안 나온 대책의 핵심은 투자자 주도의 시장을 실수요자 시장으로 바꾸는 것이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강화, 주택 가격 상승의 진앙인 강남 재건축의 분양권 및 입주권 거래 제한,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따른 대출 규제 등 집값 안정을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규제책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한국은행의 연내 금리 인상과 내년 부활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양도소득세 중과 등 여러 규제책이 시행되면 향후 부동산시장의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시장이 반응하면서 최근 급등하던 주택 가격은 안정세를 찾았다.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을 보면 8·2 대책 이후 9월 서울 아파트 하루 평균 매매량은 8월 대비 43% 줄어들었고 10월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9월에 비해서도 약 68% 감소했다. 주택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대책이 주택수요자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데 있다. 최근 주택 가격 상승을 주도한 주거형부동산은 신규 아파트다. 서울 강북지역에서도 가장 가격 상승률이 높았던 지역은 마포구와 성동구다. 이 지역의 경우 재개발 뉴타운으로 신규 아파트가 대거 공급되고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수요자들이 유입돼 가격을 밀어올린 측면이 크다. 강남 재건축 시장도 마찬가지다. 신규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사업 속도가 빠른 강남 재건축 시장에 투자자와 실수요자가 많이 유입돼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수요자들은 니즈에 따라 움직이는데 정부정책은 주택문제를 노후 주택 가릴 것 없이 인구 대비 주택의 총량으로만 접근하고 있다. 이런 정책이 지속될 경우 향후 신규 아파트 공급 부족으로 주택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을 야기할 수도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시장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다주택자들의 양도소득세 강화가 예고된 가운데 다주택자들은 내년 4월 전에 주거선호도가 높은 속칭 알짜배기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주택들은 처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가격이 저렴한 외곽지역은 오히려 매물이 쌓이고 선호도가 높은 핵심 지역은 매물이 부족해지기 마련이다. 시장양극화를 우려하는 이유다.
새 정부의 대출 규제책이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는 지역도 있다. 최근 강남권에서 분양한 단지 중 평균 168 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인 신반포센트럴자이 일반분양분 당첨자의 약 3분의 2가 강남권 거주자로 나타났고, 강남권 분양아파트 당첨자 중 절반 이상이 강남지역 거주자로 나타났다.
새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중도금 대출 규제와 소득에 기반한 대출 규제 카드를 꺼내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소득이 적은 서민들이 중도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실수요자들이 청약을 포기하게 되면서 현금동원력이 충분한 계층은 상대적으로 좋은 지역을 선점할 기회가 많아진다. 이번 대책으로 주거선호도가 높은 강남권의 진입장벽이 서민들에게 더욱 높아진 셈이다.
그렇다면 시장 참여자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다주택자들은 연내 나올 주거복지로드맵을 기다려보는 것이 좋겠다. 장기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인센티브 안이 8·2 대책에 예고됐기 때문에 매도냐 보유냐의 결정은 그 이후로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수요자로서는 주거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경우 양극화가 심화되기 전에 입성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 선호도가 떨어지는 지역은 시장이 조정기를 맞을 때 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역적으로 보면 서울 도심권의 경우 입주물량이 많은 경기도권 신도시와 달리 공급이 항상 제한된 시장이기 때문에 큰 폭의 가격 하락은 없을 것이다. 반면 도심 외곽지역에서도 특히 도심 접근성이 떨어지는 택지나 신도시는 가격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입지에 따른 투자전략을 다시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시장은 정책적인 요인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상당히 강하다.
하지만 정책적인 요인이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영향을 줄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을 이기기 어렵다.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며 옥석을 가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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