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 정책을 이끌 수장으로서 극히 부적절한 인식이다. 말로 짓는 설화(舌禍)보다 더 심각하다는 필화(筆禍)라면 적당히 넘길 일이 아니다. 말은 실수할 수도 있고 진솔한 사과로 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글은 초고, 퇴고, 출간 후 수정 등 고쳐 쓸 기회가 무수히 많다. 그럼에도 버젓이 출간했고 수정도 없었다. 평소 그의 소신으로 볼 수밖에 없다. 생각은 자유지만, 그것이 활자화된 뒤의 책임은 오로지 본인 몫이다.
홍 후보자는 “현실을 개탄하는 취지였다”며 사과했지만, 그의 기업관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명문대는커녕 고교 중퇴자가 수두룩한 스타트업을 위해 무슨 정책을 펼 수 있겠는가. 기업가의 덕목은 창의적 발상과 획기적 기술, 위험을 감내하는 의지이지 명문대 졸업장이 결코 아니다. 그는 다른 저서와 논문에서 재벌을 ‘암세포’에 비유했고, 박정희 시대 경제정책을 독일 나치즘과 비슷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 편향된 인식으로 대·중소기업 간 협력, 벤처 생태계 활성화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홍 후보자는 도덕성 시비에 휩싸여 있다. 시민단체, 국회의원 시절 ‘부(富)의 대물림’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정작 자신과 가족은 약 30억원을 증여받았다. ‘쪼개기 증여’로 탁월한 절세술을 발휘해 국민 눈높이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여권에서조차 나온다.
하지만 진짜 결격사유는 학벌 지상주의적 사고에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등 기회의 평등을 추구하는 것과도 정면배치된다. 기업경영 경험이 없는 그가 혹여 그릇된 관념 속에서 비뚤어진 기업관과 학벌주의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닌지 제대로 해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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