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기대되는 평창 동계올림픽

입력 2017-10-30 03:01  

찰스 헤이 < 주한 영국대사 enquiry.seoul@fco.gov.uk >


영국 스코틀랜드 애버딘에 있는 필자의 할아버지 집 현관 홀에는 손잡이가 달린 커다란 둥근 돌 두 개가 있었다. 어린아이가 들기엔 너무 무거워 끙끙됐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야 이 돌이 증조할아버지가 물려준 컬링 스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마을 앞 연못이 얼어붙는 겨울이면 그 위에서 할아버지와 친구들이 컬링 시합을 하곤 했다. 필자는 그때 세계에 퍼져 있는 컬링 스톤 대부분이 스코틀랜드 서쪽의 작은 섬 ‘에일사 크레이그’의 화강암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일반 화강암으로 만든 컬링 스톤은 충돌할 때 균열이 생길 수 있지만, 에일사 크레이그 화강암은 충돌에 잘 견디는 독특한 결정 구조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번 주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100일 전을 기념하는 주간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필자가 주한 영국대사로 재임하는 동안 열리는 스포츠 관련 최대 행사다. 필자와 가족은 동계올림픽 직후 한국을 떠난다. 한국인들이 보여준 대단한 환대와 즐거웠던 추억을 잊지 못할 것이다. 한편으론 평창 동계올림픽이 매우 기대된다. 우리 가족은 운좋게 2012년 런던올림픽 땐 런던에 살았다. 올림픽 정신이 나라 전체를 어떻게 변모시키는지 목격했다. 올림픽 경기를 직접 본다는 게 얼마나 흥미진진한지도 경험했다.

필자의 아이들은 2012년 당시 여섯 살과 세 살이었다. 경기를 즐기기엔 조금 어렸다. 하지만 큰딸은 그때의 흥분과 열정을 기억한다. 아이들에게 올림픽을 경험하게 하는 건 정말 중요하다. 필자는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의 지원 아래 강원도 학교와 참가국이 파트너십을 맺는 아이디어가 마음에 든다.

영국은 횡계초등학교와 제휴를 맺었다. 경기 기간에 영국 선수들은 학교 시설 일부를 제공받아 훈련한다. 영국 올림픽협회는 학생들과 교류하며 영국 스포츠 문화를 알려준다. 지난주엔 소치 동계올림픽 금메달 수상자이자 스켈레톤 세계 챔피언인 리지 야놀드가 포함된 영국 스켈레톤팀이 이 학교를 방문했다.

필자와 가족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에 앞서 여러 시범경기를 참관했다. 가장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이었던 것은 패럴림픽 행사였다. 선수들은 대단히 용감했다. 시력 장애를 가진 스키 선수도 소리와 표지를 따라 과감하게 슬로프를 내려왔다. 필자는 패럴림픽 기간엔 한국에 없어 더없이 아쉽다.

한국 친구들 일부는 패럴림픽에는 관심이 많지 않을 거라고 얘기한다. 런던 올림픽 때도 이런 우려가 있었지만 모든 패럴림픽 경기 표가 매진됐다. 필자는 패럴림픽이 한국 국민에게도 놀라운 발견이 될 것이며, 평창 동계올림픽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찰스 헤이 < 주한 영국대사 enquiry.seoul@fco.gov.u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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