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주택시장 투기 방지에 도움… 공공부문에서 먼저 시행해야”
아파트 후분양제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2017년 정기국회 국정감사장 답변에서 구체화됐다. 서울 강남지역의 집값 급등대책 차원에서 나왔다. 국토부는 공공부문에 먼저 적용하고 상황을 봐가면서 민간 주택에도 시행을 유도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며칠 만에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공공부문의 후분양제를 검토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후분양제라 해서 집을 완전히 다 지은 뒤 분양하는 것은 아니다.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공정률이 80% 정도에서, 공공아파트는 60% 이상일 때 분양 방안이 유력하다. 구매희망자가 실제로 형태가 드러나는 시점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한 뒤 분양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조감도나 설계 평면도만 보고 분양받은 뒤 마음에 들지 않게 될 소지가 적어지고, 이로 인한 건설사와 분쟁 가능성도 많이 줄어든다. 선분양 뒤 공사 도중에 건설사가 부도날 경우의 피해를 막을 수도 있다. 분양 뒤 2~3년씩 중도 분납금만 납부한 채 기다릴 필요가 없고, 구입 후 입주 시기도 최대한 당길 수도 있다.
국토부가 후분양제에 주목하는 더 큰 이유는 주택시장에서 투기적 요소를 걷어내자는 취지다. 분양 입주권에 최고 억대의 프리미엄까지 붙어 전매되면서 거품을 조장한다는 관점이다. 건설회사는 최소한 아파트가 완공되는 2~3년 뒤 시점의 주택경기와 수요 공급에 맞춰 분양하게 될 것인 만큼 공급과잉 해소 효과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가계부채가 불필요하게 길게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제대로 건설해야 미분양이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택의 품질이 좋아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일부 사회단체들도 지지하고 있다.
○반대
“고가 상품 주택 특성 무시돼… 집값 오르고 중소건설사 타격”
후분양제는 단기 관점의 부동산 투기 억제책일 뿐이며, 주택시장의 오래된 판매 관행과도 맞지 않는다는 게 건설업계나 부동산거래업계의 반론이다. 1977년 국내에서 도입된 선분양제가 국내 주택분양시장의 대세라는 것이다. 고가의 상품이며, 생애주기로 길게 지불하는 장기 거래가 흔하고, 지불 방식이 반드시 일시불이 아니라 분납도 보편적이라는 신규 주택의 특성이 충분히 감안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건설업계는 거래 관행으로 정착된 선분양제 덕에 상대적으로 싼 분양가격이 가능하며, 주택구입자가 집값 마련에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강조한다. 정부는 거품에 주목하지만, 이를 뒤집어보면 분양자들이 시세차익을 누리는 측면으로 볼 수도 있다. 건설업계가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후분양제가 되면 건설에 필요한 자금 동원이 매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건설업계 내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양극화는 극심해질 것이며, 자금력이 모자라는 중소형 주택건설사들은 분양사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대기업 계열의 소수 건설사가 분양시장을 과점할 것이라는 우려다.
중소건설사들이 아파트 시장에서 줄줄이 퇴출돼 소수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되면 공급물량이 줄어들고 주택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이로 인한 집값 상승 요인이 5%라는 분석이 있다. 주택건설에 따른 건설노동자 일자리 문제나 관련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경기침체기에 건설산업을 위축시키며 정부가 앞서 일자리를 없애나갈 수 있다는 비판이다.
○ 생각하기
"궁극적으론 시장선택에 맡겨야… 실수요자 자금사정도 고려해야"
선분양과 후분양의 장단점은 극명하다. 신규 아파트 판매는 선분양이 오랜 관행이라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거품 빼기, 집값 안정화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불황이 심할 때에 대비해 주택시장 활성화 방안도 배제해서는 안된다. 후분양제로 청약과열, 분양권 전매, 하자분쟁 같은 문제를 풀어보자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업계의 고충도 들어봐야 하고, 주택 실수요자들의 자금조달 방식까지 감안해야 한다 하더라도 공공부문에서 효과를 봐가며 충분한 준비 기간을 주고 민간으로 유도 방안을 제시하는 게 바람직하다. 주택 상품은 평생을 살아가며 지불하는 고가 상품이며, 할부·대출 등 다양한 방식을 수반해 거래된다는 점 또한 감안해야 한다. 선분양이든 후분양이든 궁극적으로는 시장에 맡기는 게 정답이다. 소비자에게 유리한 쪽을 봐야 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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