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폴 세잔 '생 빅투아르 산'

입력 2017-10-30 18:47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 김경갑 기자 ] “나는 색채만으로 원근법을 지배하고자 노력한다.”

프랑스 인상파 화가 폴 세잔(1839~1906)이 원근법을 무시하고 수많은 색 조각을 계산된 부분에 적용해 사물의 본질을 잡아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말이다. 생애 마지막 20년을 프랑스 남부의 고향 엑상프로방스에서 활동한 그는 빛의 변화에 따른 사물의 외관을 좇는 인상파 화가들의 화풍에서 벗어나 색채 감각을 통해 사물을 형상화했다.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어 내기 위해 세상과 단절한 채 끊임없는 미술적 실험을 거듭한 그가 평생에 걸쳐 천착한 소재는 고향에 있는 돌산 생 빅투아르 산이었다.

작고하기 2년 전 그린 이 그림 역시 생 빅투아르 산을 중심으로 논과 밭이 펼쳐진 평화로운 정경을 붓질한 걸작이다. 세모꼴의 뾰족한 산과 하늘을 비슷한 계통의 푸른색으로 칠해 사물을 보이는 대로 그리지 않고 그것이 갖고 있는 본질을 추구했다. 수많은 삼각형, 사각형의 색채 도형이 서로 분리되면서도 통일성을 이뤄 마치 모자이크화를 보는 듯하다. 어렸을 적 절친한 친구였던 소설가 에밀 졸라와 함께 그 산을 오르며 꿈을 키웠던 기억과 상념이 색 물결처럼 밀려오는 듯하다. 세잔의 이 같은 화풍은 파블로 피카소로 대표되는 큐비즘에 큰 영향을 미쳤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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