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총책에 첫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입력 2017-10-30 19:08  

대법, 징역 20년 원심 확정
"범죄 목적으로 구성된 연합체
위계질서·역할분담 등 체계적"



[ 고윤상 기자 ] 폭력조직을 무겁게 처벌하기 위해 만든 ‘범죄단체 조직죄’를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에게 적용한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30일 범죄단체 조직 및 활동, 특경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보이스피싱 조직 박모씨(46)의 상고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대부중개업을 하던 박씨는 2013년 사업이 어려워지자 인천에 사무실을 마련한 뒤 전화 대출 사기를 벌일 77명의 조직원을 모집해 범죄단체를 꾸린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는 본부, 콜센터, 현금인출팀 등으로 조직을 나누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신용등급을 올려 저리로 대출해주겠다”는 수법을 동원해 3037명으로부터 1인당 100만~300만원씩 총 53억9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이들이 저지른 보이스피싱은 ‘대출빙자형’으로 ‘정부기관 사칭형’에서 한 단계 진보한 범죄 형태다.

검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을 ‘일망타진’하고자 기소 때부터 범죄단체 조직죄 적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범죄단체 조직죄는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단체를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하는 행위를 말한다.

핵심은 박씨가 꾸린 조직이 범죄단체 조직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변호인단은 “보이스피싱 조직은 형법상 범죄단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폭력단체 등을 조직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기범죄를 목적으로 구성된 계속적인 결합체로서 총책을 중심으로 내부의 위계질서가 유지되고 조직원의 역할 분담이 이뤄지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춘 범죄단체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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