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드는 미래
주요 세션 좌장 간담회
[ 박동휘/김봉구/임락근 기자 ] “2040년께면 대학교수들의 대량 해직 사태가 올지 모른다.”
이현청 한양대 교육학과 석좌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충격적인 변화를 이렇게 예측했다. ‘글로벌 인재포럼 2017’을 이끌 다른 좌장들도 준비하지 않은 미래는 재앙이라고 입을 모았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정책연구원 원장은 “밥그릇과 기득권을 깨는 일은 어려운 과제지만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모방에만 익숙한 현 풍토로는 새로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권오성 한국에이온휴잇 대표)는 지적도 나왔다.
거꾸로 가는 한국
인적자원(HR)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글로벌 인재포럼 2017의 좌장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기존의 틀을 완전히 뒤집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은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개인 간 지력 경쟁은 무의미해졌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연결’에서 승패가 결정될 것이라는 게 이 명예회장의 진단이다. 그는 한국 사회를 달구고 있는 정규직화 논란에 대해서도 “평생 직업을 몇 번 바꿔야 할 프리 에이전트 시대에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이 “공무원, 정규직 같은 푹신한 소파만 만들려 하는 게 문제”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 규제도 과거에 대한 집착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박태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기술은 미래를 보고 세상에 없는 걸 개발해내는 것인데 정부는 과거에 근거해 규제를 신설한다”고 비판했다. 예컨대 자율주행차를 하려면 도로교통법을 고쳐야 하지만 “대한민국 공무원들은 왜 안 되는지를 담은 두꺼운 조례집을 들이대기 일쑤”(박희재 청년희망재단 이사장)라고 설명했다.
기득권에 집착하는 대기업 노조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1990년대 미국 자동차노조가 시행한 ‘니클 앤드 다임’ 프로그램을 예로 들며 노조가 사측과의 대결에 집착하는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니클 앤드 다임은 일본 기업에 회사의 경쟁력이 밀리자 노조가 시간당 급여의 5센트(니클)를 내고 회사가 10센트(다임)를 매칭방식으로 출연해 직원 재교육에 나서는 프로그램이다. 권 교수는 “노사가 공동이익을 위해 뛰어야 글로벌 기업들과 싸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과 정치개혁 시급
교육개혁에서부터 매듭을 풀어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장순흥 한동대 총장은 “젊은이들이 세상에 무엇이 필요한가를 질문하도록 가르치고, 유연성 있게 서로 연결하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손상혁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총장은 “AI 시대가 도래했지만 정작 국내엔 인재풀이 턱없이 작다”며 “미리 준비하지 못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인재상의 재정립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병규 산업연구원 원장은 “교육 수요자와 공급자 간 생각이 너무 다르다”며 인식의 괴리를 메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재춘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초중등 교육에서부터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에 교육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진미석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진로교육과 평생학습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했다.
창업 생태계 복원에 대한 주문도 많았다. 이 명예회장은 “10여 년 전만 해도 이스라엘과 중국이 한국의 창업 문화와 시스템을 배우러 왔었다”며 “그사이 우리는 퇴보했고 경쟁자들은 앞서갔다”고 아쉬워했다. 유 원장은 “한국은 산업국가로 너무 큰 성공을 거둬 수성(守城) 문화가 강하다”는 점을 창업 문화가 꽃피우지 못한 원인으로 들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교육 못지않게 정치개혁도 많은 이들의 관심 사항”이라고 말했다. 박동선 APEC국제교육협력원 원장은 “발트해의 강소국인 에스토니아가 창업국가로 거듭난 것은 미국에서 유학한 정보기술(IT) 전문가가 나라를 이끈 덕분”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김의영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존 정치는 여의도가 상징하는 중앙 무대 중심으로 이뤄졌다”며 “앞으로는 교육과 정치를 결합한 민주시민교육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동휘/김봉구/임락근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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