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드는 미래
벤 박 핑거팁스랩 공동창업자
기업가 정신 사라지는 한국…개인 아닌 사회시스템 탓
청년기업가들 개방성 부족…해외시장까지 눈 돌려야
[ 구은서 기자 ] “한국에서 기업가 정신이 사라지고 있는 건 개인의 탓이 아닙니다.”
벤 박 핑거팁스랩 공동창업자(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생태계에서 기업가 정신이 사라지고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박 대표는 “기업가 정신이란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사업을 수행할 강력한 의지”라며 “한국에서는 사회적 차원에서 이런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미동포인 박 대표는 스타트업을 만들어 필립스에 매각한 경험이 있는 청년 창업가다. 1996년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퍼드대에서 기계공학 박사와 바이오메디컬 박사 후 과정을 마친 그는 2005년 플루이드 메디컬을 설립하고 소형 초음파 영상장치를 개발해 필립스에 매각했다. 2014년에는 핑거팁스랩을 공동창업해 스마트폰 음성제어 블루투스 기술을 개발했다. 전 세계 유망 창업가·스타트업을 발굴해 한국에 창업과 성장을 지원하는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 2016’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박 대표는 기업가 정신은 단기간에 길러지는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한국에서 스타트업 지원은 창업을 막 시작하는 ‘새내기 기업가’ 단계에 집중돼 있다”며 “어렸을 때부터 기업가 정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교육하고 육성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멘토 역할을 하는 기업가를 만난다”며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본인의 창업 역시 기업가 멘토와 학교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창업 계기에 대해 묻자 “문득 기막힌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 다시 말해 ‘신의 계시’ 같은 것은 없었다”며 “바이오메디컬 박사과정을 밟던 중에 환자를 치료하려면 정확한 진단을 제공할 기계장치가 필요하단 생각을 하게 됐고, 스탠퍼드대의 창업 지원과 멘토의 조언 덕분에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창업을 꿈꾸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박 대표는 “지난해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에서 청년 기업가들을 만나 보니 다양성과 개방성이 부족하다고 느꼈다”며 “국내 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해외 시장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가가 되려면 성공과 실패에 따른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감당할 준비를 해야 한다”며 “열린 마음으로 자신을 믿어야 기업가로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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