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영의 재무설계 가이드] 금리 상승기일수록 '아는 게 힘'… 금융지식 무장해 부채관리 나서라

입력 2017-10-31 16:42  

<43> 가계부채와 금융지식

국내 성인 1200명 대상 설문
금융지식 수준 높을수록
가계빚 관리 능력 뛰어나

무지에서 비롯된 수수료 비용
3분의 1 달한다는 해외연구도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 장경영 기자 ] 가계부채가 1400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5%대로 뛰어 가계빚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조만간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채가 있다고 해서 그 가계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부채상환 능력이다. 자신의 상환 능력에 비해 과도한 채무를 진 경우가 문제다. 이는 경제적 문제에 그치지 않고 가족관계 정신건강 등 삶의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대비 총부채액 비율이 400%를 넘는 경우(가처분소득이 5000만원이라면 총부채액이 2억원 이상인 경우) 그 비율이 100% 미만일 때보다 우울감의 위험이 1.5배 높아졌다. 또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상환액 비율이 30%를 넘는 경우 10% 미만일 때보다 우울감의 위험이 1.7배 상승했다.

그렇다면 가계부채를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재무비율 지표를 활용할 수 있다. 여기서 재무비율은 재무 항목 간 비율을 일컫는다. 양세정 상명대 교수 등의 연구(2013년)에 따르면 총자산 중 총부채 비중을 가리키는 총부채부담지표는 40% 이하가 바람직하다. 총자산 중 거주주택 마련 부채 잔액의 비중인 거주주택 마련 부채부담지표의 가이드라인은 30% 이하다.

재무비율 지표 같은 객관적 기준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기본적인 금융지식이 요구된다. 금융지식은 부채를 비롯해 다양한 금융행위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금융지식과 은퇴계획 간 상관관계는 익히 알려져 있다. 금융지식이 높은 사람일수록 향후 은퇴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한다는 것이다.

해외 연구들에선 △금융지식이 낮은 사람은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받은 이자율이 높고 △금리가 하락하는 기간에 더 낮은 이자율의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타지 못하며 △부채지식이 낮은 사람이 부담하는 수수료 등 비용 중 적어도 3분의 1은 그들의 무지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확인됐다.

국내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부채 부담을 적절한 수준에서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 금융지식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는 조사 대상자의 금융지식을 12개 문항으로 측정했다. 이자율, 복리, 물가상승률, 시간에 따른 가치 할인 등 기초 개념을 묻는 4개 문항과 주식, 채권, 펀드, 분산투자 등에 대한 8개 문항이 포함됐다.

기초 지식 문항은 ‘연리 2%인 10만원의 저축을 보유하고 있고, 5년간 계좌를 유지할 경우 5년 뒤 예상 잔액은 얼마입니까?’ ‘10만원의 저축을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 금리가 20%일 것으로 가정할 경우 인출 계획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면 5년 후 계좌의 총 잔액은 얼마입니까?’ ‘예금금리가 1%인 계좌를 보유하고 있고, 물가상승률이 연 2%일 경우 1년 후 해당 계좌의 금액으로 얼마나 많은 재화를 구매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A는 현재 1억원을 상속받고 A의 형제인 B는 3년 후 1억원을 상속받는다고 할 때 A와 B 중 상속으로 누가 더 부유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까?’ 등이다. 첫 번째 문항의 경우 객관식(①10만2000원 초과 ②10만2000원 ③10만2000원 미만 ④모름)임에도 불구하고 정답(①)을 맞힌 사람이 61.3%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의 정답률 91.8%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채권의 기초적인 이해 수준도 낮게 나타났다. 투자자가 기업 B의 채권을 매수한 경우 올바른 설명을 묻는 문항에서 정답(투자자는 기업 B에 자금을 빌려줬다)을 택한 비율이 30.9%로 ‘투자자는 기업 B에 대한 일부 소유권을 지니게 됐다’는 오답을 택한 38.3%에 비해 낮았다. 채권과 주식의 개념을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이자율이 낮아지는 경우 채권가격은 어떻게 변화합니까?’라는 문항에서도 정답(오른다) 비율은 25.9%에 불과했다.

응답자들의 금융지식과 부채 부담 수준을 비교 분석한 결과 금융지식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적절한 부채 부담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금융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들은 부채 조달을 아예 꺼리거나 과도한 부채 부담을 안고 있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금융지식이 낮은 경우와 높은 경우에 높아질 가능성이 컸고, 중간 수준의 금융지식을 지닌 경우 가장 낮았다.

적절한 부채 관리를 통해 금리 상승기에 대비하기 위해 필수적인 금융지식을 쌓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금융지식 측정 문항

1. 연리 2%인 10만 원의 저축을 보유하고 있고, 5년간 계좌를 유지할 경우 5년 뒤 예상잔고는 얼마입니까?

① 10만 2000원 초과 ② 10만 2000원 ③ 10만 2000원 미만 ④ 모름


2. 10만 원의 저축을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 금리가 20%일 것으로 가정할 경우, 인출계획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면 5년 후 계좌의 총 잔액은 얼마입니까?

① 20만 원 초과 ② 20만 원 ③ 20만 원 미만 ④ 모름

3. 예금금리가 1%인 계좌를 보유하고 있고, 물가상승률이 연2%일 경우, 1년 후 해당 계좌의 금액으로 얼마나 많은 재화를 구매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① 현재 구매 가능한 수준보다 많은 재화를 구매할 수 있다.
② 현재 구매 가능한 수준만큼의 재화를 구매할 수 있다.
③ 현재 구매 가능한 수준보다 적은 재화를 구매할 수 있다.
④ 모름

4. A는 현재 1억 원을 상속받고 A의 형제인 B는 3년 후 1억 원을 상속받는다고 할 때, A와 B 중 상속으로 누가 더 부유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까?

① A ② B ③ 동일함 ④ 모름

5. 투자자가 주식시장에서 기업 B의 주식을 매수한 경우 다음 보기 중 옳은 것은 무엇입니까?

① 그는 기업 B에 대한 일부 소유권을 지니게 되었다.
② 그는 기업 B에게 자금을 빌려주었다.
③ 그는 기업 B의 부채에 대하여 법적 책임을 진다.
④ 위의 보기 모두 옳지 않음
⑤ 모름

6. 다음 보기 중 옳은 것은 무엇입니까?

① 펀드에 투자한 경우 첫 해에는 자금을 인출할 수 없다.
② 펀드는 주식 및 채권과 같은 여러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③ 펀드는 과거 성과에 근거하여 보장된 수익을 지급한다.
④ 위의 보기 모두 옳지 않음
⑤ 모름

7. 투자자가 기업 B의 채권을 매수한 경우 다음 보기 중 옳은 것은 무엇입니까?

① 그는 기업 B에 대한 일부 소유권을 지니게 되었다.
② 그는 기업 B에게 자금을 빌려주었다.
③ 그는 기업 B의 부채에 대하여 법적 책임을 진다.
④ 위의 보기 모두 옳지 않음
⑤ 모름

8. 1억 원을 전부 주식에 투자하는 것과 주식과 채권에 각각 5천만 원씩 나누어 투자하는 경우, 원금손실의 가능성은 어떠합니까?

① 전부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가 더 높다.
② 주식과 채권에 나누어 투자하는 경우가 더 높다.
③ 두 경우에 원금손실 가능성은 동일하다.
④ 모름

9. ‘일반적으로 주식은 채권보다 위험한 자산이다’ 이 진술은 참입니까 거짓입니까?

① 참 ② 거짓 ③ 모름

10. ‘개별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는 것보다 안전한 수익을 제공한다’ 이 진술은 참 입니까 거짓입니까?

① 참 ② 거짓 ③ 모름

11. 이자율이 낮아지는 경우 채권가격은 어떻게 변화합니까?

① 오른다 ② 떨어진다 ③ 변함없다 ④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 ⑤ 모름

12. 장기투자(10년 혹은 20년)를 하는 경우 다음 중 일반적으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자산은 무엇입니까?

① 저축예금 ② 채권 ③ 주식 ④ 모름

※ 출처:박창균·연태훈·허석균(2016), 가계의 금융지식 및 금융행태에 관한 실증 연구

※ 문항별 정답 및 정답률은 성인 1천2백명 조사 결과임.

1.①(61.3%) 2.①(52.3%) 3.③(50.4%) 4.①(73.1%) 5.①(56.9%) 6.②(49.1%) 7.②(30.9%) 8.①(39.3%) 9.①(69.0%) 10.②(53.4%) 11.①(25.9%) 12.③(27.2%)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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