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사업부문 '50대 신트로이카' 체제로
만 60세 넘은 계열사 사장 퇴진 이어질 듯
젊은 임원 전진배치…'파괴적 혁신' 재시동
조직개편·소그룹 컨트롤타워 구축도 병행
[ 노경목 기자 ]
31일 삼성전자 인사의 키워드는 ‘안정’과 ‘쇄신’으로 요약된다. 그럼에도 그 자체로 파격적 세대교체라는 평가가 많다.
3개 부문 대표제가 도입된 2013년 이후 각 부문을 이끌어온 권오현 반도체·부품(DS)부문 대표(부회장)와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대표(사장), 신종균 IT·모바일(IM)부문 대표(사장)가 나란히 물러났기 때문이다. 권 부회장이 지난 13일 전격 퇴진을 선언한 지 18일 만이다. 이로써 향후 한 달여간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들의 대폭 인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쇄신 통한 경영 정상화
삼성전자는 ‘최순실 사태’ 여파가 밀어닥친 지난해 11월 이후 정상적인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룹 미래전략실과 삼성물산 등에 특검의 압수수색이 들어왔으며 지난 2월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고 그룹 미래전략실도 해체됐다. 이 와중에 지난해 말로 예정됐던 정례 사장단 인사도 무산됐다. 각 부문에 걸친 세대교체 지연과 인사 적체로 조직의 활력이 떨어지고, 심지어 기강이 해이해지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이 부회장 지휘로 활기를 띠던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도 지난해 11월 하만 인수를 마지막으로 멈춰섰다.
삼성전자는 이날 발표한 인사를 통해 이 같은 경영 난맥상을 일거에 끊어내고 쇄신형 조직문화를 다시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파괴적 혁신이 이뤄지는 세계 정보기술(IT)업계에서 더 이상 멈춰서 있을 수 없다는 절박감도 피력했다. 회사 관계자는 “대표이사 동시교체는 사상 최대 실적에 취해 있을 것이 아니라 젊은 대표이사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 부회장도 지난달 퇴임사에서 “미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며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낸 바 있다.
◆안정에도 무게 실어
김기남(DS) 김현석(CE) 고동진(IM) 등 각 사업부문의 신임 대표들이 지금까지 2인자로 착실히 기반을 다져왔다는 점은 향후 후속 인사가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때 전면적 물갈이설이 나돌았던 점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안정에 방점을 찍은 인사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인사로 대표 3인의 평균 연령이 종전 만 63.3세에서 57.0세로 6년 이상 낮아졌다는 점은 향후 젊은 임원들의 전진배치를 예상하게 하는 대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사장이나 전무들 가운데 승진에 실패하는 고참급 중역들은 대거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른 계열사에도 만 60세가 넘은 사장급 경영자들은 자리를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준으로 보면 거의 모든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물갈이 대상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후속 인사에 대한 하마평도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다. 같은 날 사임을 발표한 이상훈 경영지원실장(CFO·사장) 후임으로는 정현호 전 삼성 미래전략실 인사팀장(사장), 임영빈 전 삼성 미래전략실 금융일류화팀장(부사장) 등이 거론된다. 신임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에는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 개발실장(부사장)과 천강욱 영상디스플레이 상품전략팀장(부사장), 신임 무선사업부장에는 최경식 무선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과 박길재 무선 제품기술팀장(부사장) 등의 이름이 나온다.
조직 개편도 잇따를 전망이다. 그룹을 전자-물산-금융 부문으로 나눠 소그룹별 컨트롤타워를 신설하는 방안과 함께 삼성전자 내 개별 사업부 간 합종연횡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 같은 대규모 인사와 개편에도 새로 선임되는 3명의 대표이사가 모두 사업통인 만큼 대통령의 해외순방 동행 등과 같은 대외활동에서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경영자가 여전히 보이지 않는 점은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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