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실어보' '국채보상운동'
'조선통신사' 기록물은 등재
[ 서화동 기자 ]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등 9개국이 공동으로 추진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실패했다. 한국 정부가 신청한 ‘조선왕실의 어보와 어책’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한국과 일본의 민간단체가 공동 신청한 ‘조선통신사 기록물’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이에 따라 한국이 보유한 세계기록유산은 16건으로 늘어났다.
문화재청은 31일 유네스코가 지난 24~2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3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 심사 및 권고에 따라 ‘조선통신사 기록물’ 등 세 건의 등재를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유네스코는 그러나 위안부 기록물에 대해서는 이해당사자 간 대화가 필요하다며 ‘등재 보류’ 결정을 내렸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일제의 만행을 상세히 알려주는 피해자의 증언 기록과 위안부 운영 사실을 증명하는 자료, 피해자 조사 자료와 치료 기록, 민간단체의 피해자 지원 운동 자료 등 총 2744건으로 구성됐다. 이 기록물은 인권 유린 피해자의 용기 있는 고발을 바탕으로 진상규명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유일하고 대체 불가능한 자료’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등재에는 실패했다.
유네스코는 등재 보류의 이유로 ‘이해당사자 간 대화’를 내세웠지만 막대한 분담금을 ‘무기’로 유네스코를 압박한 일본의 외교력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초 위안부 기록물은 중국이 2015년 단독으로 등재를 신청했으나 유네스코는 다른 피해국과의 공동 등재를 권고했다. 8개국, 14개 민간단체로 구성된 국제연대위원회와 영국 런던 임페리얼전쟁박물관이 ‘일본군 위안부의 목소리’라는 명칭으로 지난해 등재를 재신청했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총력전을 벌였다.
등재가 확정된 조선왕실의 어보(御寶)와 어책(御冊)은 조선왕실의 의례용 도장인 어보 331점, 세자를 책봉하거나 직위를 하사할 때 비단에 쓴 교명, 옥이나 대나무에 글을 새긴 옥책과 죽책, 금동판에 책봉 내용을 새긴 금책 등 어책 338점으로 이뤄졌다. 조선 왕조 57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제작된 점, 의례용이지만 내용과 작자, 문장, 글씨체, 재료와 장식물 등이 시대 변천상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뛰어난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은 나라가 진 빚을 갚기 위해 1907~1910년 펼쳐진 국채보상운동의 전 과정을 보여주는 2472건의 수사기록물, 일본 정부 기록물, 당시 실상을 전한 언론 기사 등으로 구성됐다.
조선통신사 기록물은 1607년부터 1811년까지 200여 년간 일본 막부의 요청으로 조선 정부가 일본에 12차례 파견한 외교사절에 관한 기록이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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