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화시장 올 9조원… 스크린 5만개 돌파

입력 2017-10-31 18:40  

문화산업 글로벌 리포트
재도약하는 중국 시네마 마켓

할리우드 따라잡기 시동
9월까지 티켓 매출 7조원 넘어
관객 16% 늘어난 12억여명
액션 '전랑2' 흥행이 도화선

시장 급팽창 이유 뭘까
정부 지원책으로 인재 몰려
스크린 확장 경쟁도 큰 몫
한국영화 수출 기대감 '솔솔'



[ 유재혁 기자 ]
액션영화 ‘전랑2’가 사상 최대 흥행 기록을 세운 데 힘입어 중국 영화시장이 재도약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연평균 30% 성장하다 지난해 제자리걸음을 한 중국 영화시장이 올해 3분기까지 다시 20%대 급성장을 기록했다. 작년 말 미국을 추월해 세계 1위에 오른 중국 내 스크린 수는 올 들어 미국과의 격차를 늘리고 있다. 31일 중국 박스오피스(CBO)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1~9월) 중국 내 영화티켓 판매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한 427억4000만위안(약 7조2600만원), 관객 수는 16% 늘어난 12억3000만 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중국 문화산업을 관장하는 기관인 중국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은 올 한 해 중국 영화시장 규모(영화티켓 판매액)가 지난해보다 11.6% 증가한 83억1000만달러(약 9조3700억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지난해 114억달러 규모에서 정체 상태인 할리우드를 맹추격하고 있다.

지난 7월 개봉한 ‘전랑2’ 흥행이 이 같은 성장세를 이끌었다. 이 영화는 현재까지 1억5900만 명이 관람했다. 티켓 매출은 56억7800만위안(약 960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9200만 명, 34억위안으로 역대 최고이던 ‘미인어’를 제쳤다.

‘중국판 람보’로 불리는 ‘전랑2’는 아프리카 내전국가 전쟁에 참여한 중국 특수부대 ‘전랑’ 요원이 난민들을 구출하는 영웅으로 활약하는 애국주의적 내용이다. 그런 만큼 중국 정부도 영화 제작을 적극 지원했다. 광전총국은 ‘전랑2’를 2018년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부문에 출품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관계자는 “‘전랑2’는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상업용 영화가 아니라 사회 및 교육적 가치를 지닌 작품”이라며 “중국 영화산업은 거대 자본시장에 끌려다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4월 개봉한 할리우드영화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은 26억7000만위안, 7200만 명으로 역대 3위에 랭크됐다.

중국 영화시장의 급팽창은 정부 지원책으로 인재들이 몰려드는 데다 인프라 격인 스크린 수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할리우드처럼 중국의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는 영화 제작을 장려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3월부터 문화산업 분야 첫 법률인 ‘영화산업촉진법’을 시행하면서 문화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각 대학교와 협회, 부처들은 ‘우수 청년영화 시나리오 지원 계획’ ‘중국 청년감독 지원 계획’ 등 인재 육성 프로젝트를 펼치며 우수한 인재들의 영화계 도전을 돕는다. ‘전랑’ ‘시절인연’ ‘꺼져버려 종양군’ 등 중국산 흥행작은 모두 신세대 영화인이 제작했다.

스크린 수의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지난해 말 중국의 스크린 수는 2012년의 두 배 이상인 4만2871개로, 총 4만1174개인 미국을 제쳤다. 올 들어서도 급증세를 이어가 9월 말 현재 4만9558개, 연내 5만 개를 돌파할 전망이다. 1위 업체 완다를 비롯해 200여 개 극장사업자가 스크린 확장 경쟁을 펼치고 있어서다. 스크린 수 증가세를 영화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외화 수입을 더 늘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에서 철수한 한 영화사 관계자는 “사드 보복이 풀리면 중국 시장의 급성장 영향으로 한국 영화 수출이 늘고 한·중 간 영화합작 러시도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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