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드는 미래 - 10월31일~11월2일
환영 리셉션 150여명 참석
석학들 AI 미래에 관심
"기술의 오용 가능성 우려해 규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
틀에 박힌 한국교육 우려
"경쟁 시작되면 대학들 망해…창의성 갖도록 학생들 풀어놔야"
[ 특별취재팀 기자 ]
“기술의 오용 가능성을 우려해 금지하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일입니다.” 글로벌 드론(무인항공기) 선도기업인 DJI의 로메오 두르셔 교육훈련 디렉터의 말이다. 과거의 규제 틀에 묶여 ‘4차 산업혁명 결정장애’에 빠진 한국에 던지는 경고처럼 들린다.
‘글로벌 인재포럼 2017’ 개막을 알리는 환영 리셉션이 31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열렸다. 리셉션에는 교육계, 경제계, 정·관계 국내외 주요 인사 150여 명이 참석했다. 줄리아 길라드 전 호주 총리는 “글로벌 인재포럼이 세계를 대표하는 인적 자원 전문 포럼으로서의 위상을 갖게 됐다”며 큰 기대를 나타냈다.
◆…이날 참석자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교육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용순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은 축사를 통해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기술혁신으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며 “우리는 교육을 통해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세상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길라드 전 총리는 “기술변화 시대에 인재교육이 중요하다”며 “글로벌 인재포럼이 새로운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교육개혁을 위한 각국 전문가들의 혜안이 만찬장 곳곳에서 쏟아졌다. 바스카 크리슈나마차리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새로운 기술이 많아지는 만큼 대학 교육 등에도 새로운 생각이 필요하다”며 “기술 변화는 미래 일자리에도 변화를 준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교육은 내신성적 등 하나의 기준으로 학생들을 지나치게 압박하는 측면이 있다”며 “아이들에게 더 많은 자유를 주고 스스로 하고 싶은 분야에서 구체적인 능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 음성제어 블루투스 기술을 개발한 벤 박 핑거팁스랩 공동창업자는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사람이 하던 일을 로봇 등 기계가 대체하기 시작했다”며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내는 인재를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선태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창조전략본부장도 “인재는 주어진 질문에 답하는 사람이 아니라 창의적인 질문을 생각해내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며 “답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질문을 떠올려보고 다양한 답을 도출해내는 학습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보조금에 의존하고 규제에 묶여 있는 대학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청 한양대 교육학과 석좌교수는 “AI 시대는 곧 닥쳐올 ‘머지않은 미래’지만 한국의 대학들은 전혀 준비가 안 돼 있다”며 “대학은 역설적으로 정부 규제 덕분에 연명하고 있는데 만일 생존 경쟁에 뛰어들라고 하면 대부분 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토마스 그리스 독일 아헨공대 섬유기술연구소장은 미국식 대학교육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리스 소장은 “한국 등이 채용한 미국식 대학교육은 이론에 치우친 나머지 산업현장과 점점 괴리되는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다”며 “독일처럼 산업현장과 밀착된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술혁신의 부작용 문제를 현명하게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토마스 빌헬름손 핀란드 헬싱키대 총장은 “기술 발전의 부작용으로 불평등 문제가 부각될 수 있다”며 “기술을 이해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지식 차이는 자연스럽게 부와 교육, 정보의 차이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며 “다양한 요인이 상호작용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르셔 디렉터는 “드론이 재난현장에서 사람을 구하는 데도 사용되지만 감옥에 무기를 전달하는 식으로 오용될 가능성도 있다”며 “제도에 적응하기 위해 교육을 받는 것처럼 기술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시민을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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