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일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그 시기를 놓친다면 국민이 개헌에 뜻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가진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개헌은 국민의 뜻을 받드는 일로, 변화한 시대에 맞게 국민의 기본권을 확대해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국회에서 일정을 헤아려 개헌을 논의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지방선거를 7개월여 앞두고 개헌 공약 실천 의지를 재차 강조하면서 국회에 개헌 일정 논의를 적극 주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개헌은 내용에서도, 과정에서도 국민 참여와 의사가 반영되는 국민개헌이어야 한다"며 "국민주권을 보장하고 정치를 개혁하는 개헌이어야 한다"고 강조해다.
아울러 "개헌과 함께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정확히 반영하는 선거제도 개편도 여야 합의로 이뤄지길 희망한다"며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으로 새로운 국가의 틀이 완성되길 기대하며 정부도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반도는 우리 국민이 살고 있고 살아갈 삶의 공간으로, 안전하고 평화로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반도 평화정착과 비핵화·남북문제의 주도적 해결·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북한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 등 북한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구축 위한 원칙을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이루려는 것은 한반도 평화이기에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은 안 된다"며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의 사전 동의 없는 군사적 행동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또 "남북이 공동 선언한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따라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는 용납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다"며 "우리도 핵을 개발·보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해야 하며, 식민·분단처럼 우리 의사와 무관하게 우리 운명이 결정된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제재·압박은 북한을 바른 선택과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위한 수단으로, 우리 정부의 원칙에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도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며 "북한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기 위해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확보하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국제사회와도 적극 공조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민 누구라도 낡은 질서나 관행에 좌절하지 않고 평등하고 공정한 기회를 갖도록 바꿔나가겠다. 이것이 제가 말하는 적폐청산"이라며 "국가권력기관의 개혁은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한 선결과제"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국정원은 국민의 정보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국정원이 국내 정치와 절연하고 해외와 대북 정보에만 전념하도록 개혁하겠다는 제 의지는 확고하다. 국회가 입법으로 뒷받침해 주시기를 기대하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또 "검찰도 국민만 바라보는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법무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방안을 마련한 것은 이런 국민 여망을 반영한 것으로. 법안이 통과되면 대통령인 저와 제 주변부터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될 것이니 법안이 조속히 논의되고 법제화될 수 있게 국회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권력이 국민의 기회를 빼앗는 일도 없어야 한다. 최근 드러난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청년들이 무엇 때문에 절망하는지 그대로 보여줬다"며 "공공기관이 기회의 공정성을 무너뜨리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구조적인 채용비리 관행을 반드시 혁파하겠다. 공공기관의 전반적 채용비리 실태를 철저히 규명해 부정행위자는 물론 청탁자에게도 엄중한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가기관과 공공부문, 나아가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불공정이 국민 삶을 억압하는 일이 없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더는 반칙·특권이 용인되지 않는 나라로 정의롭게 혁신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세월호 광장과 촛불집회는 지난 세월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한꺼번에 드러낸 공론의 장이었다. 국민은 '국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며 "보다 민주적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는 국민이 요구한 새 정부의 책무로, 저는 이 책무를 다하는 것을 저의 사명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다른 욕심이 없다. 제가 이 책무를 절반이라도 해낼 수 있다면 저의 시대적 소명을 다 한 것으로 여길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정치 모두가 적어도 이 책무만큼은 공동 책무로 여겨주실 것을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가 성장해도 가계소득이 줄어들고 경제적 불평등이 갈수록 커지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양극화가 경제성장과 국민통합을 가로막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며 "이런 절박한 현실인식에서 출발한 새 정부의 '사람중심 경제'는 경제성장의 과실이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고, 일자리와 늘어난 가계소득이 내수를 이끌어 성장하고, 혁신창업과 새로운 산업의 기회를 가지고, 모든 사람과 기업이 공정한 기회와 규칙 속에서 경쟁하는 경제"라고 말했다.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 "일자리 예산과 국민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는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며 "4차 산업혁명과 벤처창업으로 새로운 성장기반과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혁신성장 예산을 중점 반영했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환경·안전·안보 분야 예산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예산편성에서 또 한 가지 의미 있는 부분은 '국민참여예산제'의 시범 도입으로, 국민 설문조사를 통해 선정된 사업들"이라며 "500억원의 범위에서 여성안심 임대주택 지원사업 356억원, 재택 원격근무 인프라 지원 20억원 등 6개 사업이 편성됐는데 앞으로 재정정보 공개를 더욱 확대하고 국민참여예산을 본격적으로 도입해 국민과 함께하는 예산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가 역할을 다할 때 국민은 희망을 놓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어려울 때 국가가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하며 그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라며 "안보와 민생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운영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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