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나노기술이 암 정복하는 시대 올 것"

입력 2017-11-01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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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과학 분야 세계적 석학 채드 머킨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소장

금 나노입자와 siRNA 결합시켜 종양세포 찾아내는 입자 개발
나노기술 이용하면 부작용 적어 암·치매 등 획기적 치료 길 열려



[ 전예진 기자 ] “DNA 나노 기술이 암 치료에 혁명을 가져올 겁니다.”

나노 과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채드 머킨 미국 노스웨스턴대 국제나노테크놀로지연구소장(사진)은 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노 기술로 암세포를 찾아내고 문제가 생긴 유전자를 교정하는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머킨 소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7 세계과학한림원서울포럼’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그는 이날 ‘나노 의학 발전의 의미’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나노 기술이 의료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다”며 “나노 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이 암을 정복하고 150세까지 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DNA 나노 기술은 특정 분자를 인식할 수 있는 DNA와 RNA의 특징을 활용해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기술이다. 머킨 소장은 13나노미터(㎚·1㎚=10억분의 1m)의 미세한 금 나노입자와 siRNA(짧은 간섭 RNA)를 결합해 종양세포를 찾아내는 나노복합체 입자를 개발했다. 금 나노입자의 광 화학적 성질과 RNA의 분자 인식 기능을 활용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종양세포를 진단하고 분석하도록 한 것이다. 머킨 소장은 “처음부터 금으로 연구를 시작한 이유는 체내에서 탐지하기 쉽고 인체에 유해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금 나노입자는 RNA를 결합하는 데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머킨 소장은 최근 구(球)형 핵산 SNA를 이용해 종양을 치료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SNA는 100여 개의 RNA 조각이 중심부 입자에 달라붙어 동그란 공 형태를 띤다. 머킨 소장은 “SNA 중심부 입자에 결합된 RNA 조각들의 배열을 바꿔 특정 표적 단백질의 생성을 차단할 수 있다”며 “이런 방식으로 다양한 유전질환에 효과가 있는 맞춤형 SNA를 만들어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머킨 소장은 “SNA를 활용한 치료는 동물시험을 통해 안전성이 입증됐고 현재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며 “치료제로 상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머킨 소장은 SNA 상업화를 위해 엑시큐어라는 회사를 공동창업했다. 이 회사는 피부 건선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벌이고 있다. 머킨 소장은 나노 기술을 활용한 암치료가 신약개발보다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고 경제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신약은 수천 가지 후보물질을 탐색해야 하고 기전이 다양한 데다 임상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DNA 배열을 조정하는 치료법은 플랫폼을 활용해 질병에 따라 코드를 바꿔주면 되기 때문에 비용도 적게 들고 치료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 바이러스를 활용한 암치료와 달리 나노 기술을 이용하면 부작용이 적다”며 “나노 기술이 모든 암을 치료할 순 없지만 특정 유형의 암뿐만 아니라 심혈관 질환, 알츠하이머 치매 등을 치료하는 데 획기적인 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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