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유기업 첫 민영화… '좀비기업' 청산 빨라진다

입력 2017-11-02 19:01  

둥베이특수강 지분 43% 매각

민간 자본 끌어들여 개혁 '가속'



[ 베이징=강동균 기자 ] 중국 최대 민간 철강기업인 장쑤사강이 랴오닝성 국유기업인 둥베이특수강의 경영권을 인수한다. 중국 정부가 민영화를 통해 국유기업 개혁에 나선 첫 사례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장쑤성 장자강시에 본사를 둔 민간 철강기업 장쑤사강의 선원룽 회장은 45억위안(약 7600억원)을 투자해 둥베이특수강 지분 43%를 인수하기로 했다.

둥베이특수강은 랴오닝성 다롄시에 있는 동북지역 대표 국유 철강기업이다. 1905년 진허상회로 출발해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지만 철강 수요 감소와 구조조정 지연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70억위안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채권단은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양화 둥베이특수강 회장은 회사 파산을 막기 위해 애쓰다 올해 초 자살했다.

선 회장의 투자로 랴오닝성 정부가 가진 둥베이특수강 지분은 69%에서 10%로 줄어들게 됐다. 나머지 47% 지분은 100개가 넘는 채권단이 보유하게 된다. 선 회장이 2대 주주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둥베이특수강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선 회장이 경영권을 갖는다고 명시돼 있다. 둥베이특수강이 사실상 민영화를 통해 회생 절차를 밟는 셈이다.

FT는 “중국 정부가 민영화 방식으로 부실 국유기업 정리에 나선 첫 사례”라며 “민영화가 국유기업 개혁의 새로운 모델로 확산될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조선, 철강, 석탄 등 공급 과잉으로 부실화된 산업의 국유기업을 구조조정하기 위해 국유기업 간 합병에 주력해 왔다. 지분 일부를 민간에 매각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혼합소유제’를 도입해 국유기업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두 방식 모두 경영권은 정부가 갖는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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