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혜 기자 ] 2015년 9월 미국 레이저간섭계 중력파관측소(LIGO)는 ‘세기의 발견’을 해낸다. 시공간(중력장)의 구조 자체에 생긴 흔들림인 ‘중력파’를 사상 처음으로 검출한 것이다. 지구에서 약 13억 광년 떨어진 은하에서 서로의 주위를 돌던 두 블랙홀이 충돌해 마침내 합쳐지면서 낸 신호였다. 중력파는 블랙홀의 존재에 대한 증거이기도 하다.
블랙홀은 강한 중력으로 인해 빛을 포함한 어떤 것도 빠져나올 수 없는 시공간 영역을 말한다. 질량이 큰 별이 붕괴할 때 생긴다. 현대물리학의 뜨거운 주제 중 하나다. 그런데 블랙홀에 대한 지식이 지금처럼 널리 받아들여지기까지의 여정은 순조롭지 않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인 마샤 바투시액이 블랙홀이라는 개념 정립의 역사를 《블랙홀의 사생활》에 담았다.
저자는 1935년 런던 왕립천문학회 회의장의 일화를 소개한다. 당시 미국의 젊은 천문학자였던 찬드라세카르는 이 자리에서 블랙홀 이해의 주요 단서인 ‘별의 극적인 붕괴’ 개념을 주장했다. 영국 천문학계의 권위자였던 아서 에딩턴은 “별이 그렇게 터무니없는 방식으로 행동하지 못하게 막는 자연의 법칙이 분명 있을 것”이라며 찬드라를 비웃었다. 하지만 백색왜성이 가질 수 있는 최대 질량에 대한 찬드라의 연구인 ‘찬드라세카르 한계’는 이후 천체물리학 교과서에 실린다.
블랙홀을 둘러싼 논쟁과 물리학계의 뒷얘기를 흥미롭게 썼다. 저자는 블랙홀 이해에 필수적인 중력에 대한 연구부터 다룬다. 블랙홀 개념이 학계의 반발에 부딪히며 발전해나가고 각종 증거로 뒷받침되는 과정, 스티븐 호킹이 블랙홀 연구에 남긴 업적 등도 소개한다. (이충호 옮김, 지상의책, 352쪽, 1만7000원)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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