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CEO 인사 '태풍전야'…실적으로 연임 승부수 띄울까?

입력 2017-11-03 07:55  


대대적인 인사 태풍이 예고된 증권가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연말연시 주요 증권사 수장들의 임기가 줄줄이 만료되면서 이들의 거취에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유례 없는 증시 활황으로 이룬 호실적이 연임의 승부수가 될 수 있을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IBK투자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교보증권 등 10여곳의 증권사가 최고경영자(CEO)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신성호 IBK투자증권은 사장은 이미 지난 9월 임기를 마쳤다. 신 사장은 2014년 8월 IBK투자증권 사장으로 부임해 지난해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이 증권사는 후임자 선정 작업을 진행 중에 있지만 아직 안갯속이다. 기획재정부가 51.8% 지분을 보유한 IBK기업은행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인사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다. 공공기관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IBK투자증권의 사장 인선도 속절없이 미뤄지고 있다.

내년 2월 임기 만료를 앞둔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의 연임 여부도 큰 관심사다. 유상호 사장은 올해로 11년째 한국투자증권 사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증권업계 최장수 CEO다. 내년에도 무리 없이 연임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지만 유 사장이 차기 금융투자협회 회장 후보로 거론되면서 올해를 끝으로 임기를 마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현대증권 인수로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거듭난 KB증권도 CEO 인사가 예정돼 있다. 현재 KB증권은 현대증권 출신의 윤경은 대표, KB투자증권 출신의 전병조 대표가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임기는 올해 12월 만료된다. '투톱' 체제를 그대로 가져갈 것인지를 놓고 업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투톱 체제가 당장 조직 내부의 통합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KB그룹의 색을 입히기 위한 작업으로 단독 대표체제로 전환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증시 호황에 올해 증권사들이 기록적인 실적 성장을 이어가면서 CEO들의 연임 가능성을 높였다는 분석도 있다.

코스피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증시로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2년3개월 만에 처음으로 일평균 거래대금이 10조원을 넘어섰다. 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서 주식을 사들인 신용융자 잔고는 올들어 2조원가량 급증했다.

증권사들의 곳간도 급격히 불어났다. 금융감독원의 자료를 보면 국내 53개 증권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9177억원으로 2015년 상반기(2조1761억원) 이후 반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CEO 인선을 앞둔 증권사들도 나란히 호실적을 거뒀다. 유상호 사장이 이끄는 한국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358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업계 1위에 올랐다. 상반기 순이익(2705억원)은 이미 지난해 전체 순이익(2367억)을 넘어섰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순이익(1954억원)을 달성했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김원규 사장의 연임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년 1월 임기 만료를 앞둔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도 양호한 성적표를 제출했다. 삼성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은 12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KB증권은 합병 효과를 톡톡히 봤다.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55.1% 폭증한 1297억원으로 집계됐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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