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동욱 산업부 기자) “삼성전자가 31일 발표한 대규모 주주환원 방침은 주주를 중시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
삼성 계열사의 한 부사장급 임원이 지난 1일 ‘배당 대폭 확대’를 골자로 하는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내놓은 ‘총평’이다. 주주 중심의 경영은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채택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삼성 뿐 아니라 외부 전문가들도 비슷한 시각이다. 주주 중심의 경영을 이 부회장 시대 삼성의 경영철학으로 내세우는 전문가들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삼성 고위 관계자는 “나무만 볼 뿐 숲(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적정한 주주환원 규모를 회사 내부의 그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2007년부터 삼성전자 최고고객책임자(CCO),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을 맡으면서 글로벌 1, 2위 기업들이 단기 성과주의에 급급하다 경쟁력을 잃은 사례들을 유심히 지켜봤다고 한다. 대표적인 단기 성과주의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으로 주가 떠받치기에 나서는 일이다.
이 부회장은 “회사가 번 돈을 주주에게 우선적으로 돌려주기 보다는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신사업이나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도 자주 한다. 이를 통해 중장기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궁극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이득이 된다는 논리다.
실제 아마존, 구글, 알리바마 등 신사업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미국과 중국의 IT 기업들은 배당을 한 푼도 하지 않는다. 그 돈으로 스타트업과 벤처회사, 경쟁사들을 무섭게 사들인다.
이를 잘 아는 삼성전자 경영진들도 이사회 개최 전 적정 배당 규모를 놓고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경영진들은 대주주인 이 부회장이 수감된 상황에서 엘리어트 매니지먼트와 같은 헤지펀드들이 배당 정책 등에 불만을 제기할 가능성을 크게 우려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삼성전자 단일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앞으로 삼성 측 백기사가 되기 어려운 상황도 부담이 됐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 대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활발하게 투자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발표한 3년(2018~2020년)간 28조8000억원의 확정 배당은 연봉 5000만원 일자리 60만개를 만들 수 있는 돈이다. 최근 미국 시장에 가장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있는 기업이 아마존, 구글 등 삼성전자의 경쟁사들이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이 국내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는 노동, 환경, 입지 규제 등으로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삼성이 국내외 신성장 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 /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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