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중추신경 자극
환각 등 정신질환 유발할 수도
[ 전예진 기자 ]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집중력을 높여주는 약에 대한 문의가 늘었습니다. 수험생이 즐겨 찾는 약은 총명탕, 공진단, 우황청심환 등 한약이 주를 이뤘는데요. 최근에는 양약까지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가 공부를 잘하게 해주는 ‘스마트 드러그(smart drug)’로 잘못 알려지면서 약을 처방받으려는 사람까지 생겼습니다. 주의력이 부족하고 산만한 ADHD 환자를 차분하게 해주는 약이라면 일반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지 않겠냐는 것이죠.
이런 생각은 ADHD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됐습니다. 일반인이 체력 저하, 피로 등으로 집중력이 떨어지는 반면 ADHD는 신경전달물질 부족이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ADHD 치료제는 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람이 복용하면 두통, 불안감, 환각, 망상, 중독 등 정신질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ADHD 증상이 있더라도 부작용을 고려해 신중하게 복용해야 합니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ADHD 치료제는 클로니딘염산염, 메틸페니데이트염산염, 아토목세틴염산염 등 3개 성분으로 나뉩니다. 이 중 중추신경흥분제인 메틸페니데이트는 시냅스 사이의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의 양을 늘려 각성, 주의력 향상 등의 효과를 냅니다. 콘서타(한국얀센), 페니드(환인제약), 페로스핀(명인제약), 메타데이트CD(환인제약)가 있습니다. 아토목세틴 성분은 노르에피네프린 효과를 증강시키는 역할을 하는데요.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틸페니데이트와 달리 도파민에는 작용하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제품은 스트라테라(한국릴리), 아토세라(한미약품·사진), 아토목신(명인제약)이 있습니다.
이런 약을 복용하면 ADHD 증상이 사라지지만 각성 효과 때문에 불면증, 신경과민증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식욕부진, 구역, 구토 등으로 아이들이 밥을 잘 먹지 않는 경우도 생기는데요. 장기복용 시 성장기 소아, 청소년은 성장 발달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중추신경자극제는 간혹 심혈관계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ADHD 약이 혈압과 맥박을 높여 돌연사를 일으킨 사례도 있습니다. 복용 전 가족 중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지, 약물 복용 중 혈압이나 맥박에 이상이 없는지 정기적으로 검사해야 합니다. 정신적 부작용으로 공격적 행동이나 적대감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공황장애, 조증, 틱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심한 경우 자살 충동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약물을 중단하고 의료진과 상의해 용량을 줄이거나 다른 치료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약 복용 뒤에는 현기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운전이나 스포츠 활동은 피해야 합니다. 약물로 정신을 다스리려고 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잇따릅니다. 순간의 집중력을 위해 평생 건강을 잃어버려선 안 되겠죠.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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