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글과 챈 주커버그 재단이 인간세포지도(human cell atlas) 사업을 지원하고 나섰습니다. 재단은 또 저에게 인간단백질지도(human protein atlas) 연구를 지속해달라는 부탁을 했죠. 인간의 세포와 단백질에 대한 연구가 많아질수록 앱클론에게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서울 구로에 있는 앱클론 본사에서 최근 만난 마티아스 울렌 스웨덴 왕립공과대학 교수(사진)의 말이다. 치료용 항체를 개발하는 앱클론에 있어 인간 세포 및 단백질의 추가적인 역할 규명은 수많은 기회들을 제공할 것이란 판단이다.
항체는 질환을 일으키는 특정 단백질(항원)에 결합해 항원의 작용을 방해하거나, 항원을 제거하는 단백질을 말한다. 앱클론은 이미 알려진 질환 단백질에 대한 새로운 항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항원은 여러개의 항체와 결합하는데, 새롭게 개발한 항체를 기존 항체의약품과 같이 투여하면 치료 효과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백질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울렌 박사는 인간게놈지도의 후속 사업인 인간단백질지도 구축 사업을 총괄했다. 인간단백질지도 완성 이후, 게놈과 단백질을 넘어 세포를 연구하는 국제적 인간세포지도 구축 사업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인간단백질지도 사업 당시 이종서 박사 연구팀은 스웨덴에 8만개 이상의 항체를 만들어 보냈다. 이 인연으로 울렌 박사와 이종서 대표는 2010년 앱클론을 공동 창업했다. 울렌 박사는 현재 28만주의 앱클론 주식을 갖고 있다. 그를 포함한 스웨덴 연구팀의 앱클론 보유지분은 약 13%다.
울렌 박사의 이번 방한은 앱클론의 주식 시장 상장 이후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그는 앱클론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스웨덴 어피바디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울렌 박사는 "상장으로 자금이 들어왔기 때문에 미래 협력에 관해 협의하러 왔다"며 "이번 상장 자금을 바탕으로 양사는 더 깊은 공동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어피바디와 앱클론은 이중항체 기술인 '어피맵'을 이용해 치료용 항체를 개발하고 있다. 이중항체는 질환 단백질의 두 부위에 결합하거나, 두 개 항원에 결합하는 항원을 말한다. 이를 통해 단일 항체보다 더 좋은 효능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중항체 기술은 생산 시 문제가 많은데, 어피맵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이상적인 이중항체를 만들어낸다는 설명이다. 어피맵을 통해 나온 첫 개발 프로젝트가 류마티즘 관절염 치료제 후보물질 'AM201'이다. 어피맵을 이용한 치료 분야는 암으로도 확장할 예정이다.
그는 앱클론의 연구개발 전략에 대한 자문을 수행 중이기도 하다. 울렌 박사는 "스웨덴 대학에서 개발한 기술들을 앱클론과 공유하고 있다"며 "스웨덴에서는 대학 교수가 발견한 기술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해주기 때문에 앱클론과 기술을 공유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면역세포 치료제 'CAR-T' 분야도 스웨덴 기술을 접목해 개발할 계획이다. 그는 "CAR-T의 가장 큰 단점은 매우 비싸다는 것"이라며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제적 가격의 CAR-T 치료제 개발이 목표"라고 말했다.
세계 최초의 CAR-T 치료제인 노바티스 '킴리아'의 1회 투여비용은 47만5000달러(약 5억3000만원)다. 두번째 승인 제품인 길리어드의 '예스카타'의 가격도 37만3000달러(약 4억2000만원)에 달한다.
울렌 박사는 "화학 합성물에서 바이오제제로 바뀌고 있는 것이 현재 세계 신약 개발의 흐름"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치료제 10개 중 6개가 치료용 항체라는 점에서, 앱클론도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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