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인 없는 경영'이 드러내는 은행들의 민낯

입력 2017-11-0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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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가 잇따른 수사에 숨을 죽이고 있다. 채용 비리 문제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우리은행의 이광구 행장이 사의를 밝힌 지 하루 만에 경찰이 KB금융그룹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검·경의 수사가 전방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 행장은 청탁이 채용에 영향을 줬는지 밝혀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물러났다. KB금융 수사는 회장 연임 관련 설문조사에 회사가 부당 개입했다는 노조의 고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청탁을 통해 특혜 채용을 했거나 회장 연임에 불법 부당한 부분이 있다면 최고경영자가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금융계에서는 검·경의 동시다발 수사가 금융권 물갈이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적지 않다. 새 정부 들어 DGB그룹, 농협금융지주에 이어 금융권 수사가 줄을 잇고 있어서다. KB금융의 경우 과연 압수수색까지 할 만한 일이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금융권 조사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주인 없는’ 은행 경영이 이런 일들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지분 매각을 통해 정부지분 중 29.7%를 과점주주 매각 방식으로 팔았지만 여전히 18.5% 지분을 정부가 갖고 있다. 정부 지분이 있는 한, 과거에 그랬듯이 각종 낙하산과 인사청탁을 비롯, 정부의 외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정부 지분은 없지만 과거 ‘낙하산 천국’이란 오명을 들었던 KB금융도 비슷하다. 2014년 내부 출신으로 처음 CEO에 오른 윤종규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지만 이번 경찰 조사로 낙마라도 하게 된다면 또 다른 ‘외압’ 논란을 불러올 소지도 없지 않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도 그런 점에서 금융권 초미의 관심사다.

금융권 수사나 인사에 대한 정부 입김 논란을 없애는 길은 은행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다. 우리은행의 완전 민영화를 서두르는 것은 물론 지분 없는 은행에 대한 정부 개입을 막을 제도적 장치 마련도 시급하다. ‘은행이 재벌의 호주머니’라는 식의 구시대적 오해도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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