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직 선택에 해외연수까지…서울시 '근로자이사 특혜'

입력 2017-11-05 18:26  

'근로자이사 입김' 키우는 서울시

산하기관들에 지침 전달
기관장·노조위원장과 함께
분기별로 '3자 회의' 개최도



[ 백승현/박상용 기자 ]
서울시가 산하 투자·출연기관에 선임돼 있는 근로자이사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기관장 노조위원장 근로자이사 3자 회의체 신설과 근로자이사의 보직선택권 경영자료요구권 등을 담은 ‘근로자이사제 운영 관련 개선·발전계획’을 최근 산하기관에 내려보냈다.

근로자이사제 운영 가이드라인인 이 지침에서 서울시는 3자 회의체를 분기마다 열 것을 주문했다. 이사회 참석만으로는 근로자이사가 사측에 충분히 의사를 전달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또 각종 경영 관련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기관장이 주재하는 주요 정책회의에 근로자이사가 참석하도록 했다.

신분 보장을 위한 특혜성 조치도 마련했다. 정원 초과 여부와 무관하게 원하는 보직에서 근무하게 하고, 근무평점도 ‘B등급 이상’을 보장하도록 했다. 해고, 전환 배치, 임금 삭감 등 어떤 불이익 처분도 금지하도록 지시했다.

복지 차원 지원도 대폭 강화했다. 제도 도입 당시 세운 ‘무보수 원칙’을 깨고 직원간담회 비용 등 소정의 활동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1인당 500만원씩 들여 해외 연수도 보낸다는 게 서울시 계획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위 법도 없이 조례에만 근거해 탈법 논란이 있는 가운데 근로자이사에게 과도한 특혜성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근로자이사 근무평점 B 이상 주고 중요회의 전부 참석시켜라"

서울시, 산하기관에 가이드라인 전달
보직선택권 보장…1인당 500만원 해외연수
당초의 '무보수' 원칙 깨고 활동비도 지급
"소통 강화한다지만 과도한 경영 개입 우려"

“사실 걱정이 큽니다. 노사 간 소통을 강화한다는 취지는 좋지요. 하지만 임금, 고용, 복지 등에 가치를 더 둘 수밖에 없는 노동조합과 근로자이사가 함께 경영진을 압박한다면 경영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최근 근로자이사가 선임된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 고위 임원의 얘기다. 근로자이사에 대한 권한 강화는 가뜩이나 방만하다는 지적을 받는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경영을 압박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관장·노조와 상설 협의체 신설

서울시는 최근 산하 투자·출연기관에 ‘근로자이사제 운영관련 개선·발전 계획’을 전달했다. 근로자이사제는 근로자대표를 비상임이사로 경영에 참가시켜 노사 협력을 촉진하고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9월 서울시가 조례를 제정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도입했다. 근로자이사는 비상임이사로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한다.

서울시의 이번 지침은 근로자이사제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이다. 서울시는 기관장과 노조, 근로자이사가 분기마다 정례회의를 열도록 주문했다.

노조·근로자이사 간의 협의체가 강제된 점은 기관장에게는 큰 압박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당장 산하기관에서는 “노조위원장과 근로자이사 간 소통은 알아서 할 일이지, 기관장에게 ‘갑’ 격인 서울시가 멍석을 깔 일은 아니지 않으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서울시 산하기관의 한 임원은 “근로자이사는 대부분 다수 노조원의 추천과 투표로 선임된 비상임이사”라면서 “노조 위원장과 근로자이사가 한목소리를 내면 기관장으로서는 큰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또 기관장이 주재하는 간부회의 등 주요 정책회의에 근로자이사를 참여시키도록 권고했다. 이사회 참여만으로는 근로자이사가 사측에 충분한 의사 전달을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기관 현황을 상세히 파악할 수 있도록 사측에 각종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도 보장해주기로 했다. 서울시는 근로자이사를 경영에 얼마나 활발히 참여시키는지를 공기업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1인당 500만원’ 해외 연수도

서울시는 현행 근로자이사의 명칭도 노동이사로 바꿀 계획이다. ‘근로자’가 사용자에 종속된 개념이라면 ‘노동자’는 보다 주체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노동계 의견을 반영했다.

보직 이동과 관련한 ‘특혜성’ 조항도 마련된다. 근로자이사가 원하는 보직이 있으면 정원 초과 여부와 상관없이 보내주도록 주문했다. 근무 평가도 ‘B등급 이상’ 보장을 지시했다. 임기(3년) 중에는 사용자로부터 해고나 배치전환, 임금삭감 등 어떤 불이익 처분도 받지 않도록 했다. 서울시는 내년 상반기 1인당 500만원씩 들여 해외연수를 보낸다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또 근로자이사가 직원 의견을 듣기 위해 간담회 등을 할 경우 실비 보전 차원에서 소정의 활동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제도 도입 당시 세웠던 운영지침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애초엔 무보수가 원칙이며, 다른 비상임이사와 마찬가지로 이사회 참석 수당 외에 별도의 추가 임금 성격의 지원은 없다고 했다. 대(對)근로자활동 회의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달렸지만 현실적으로 구분이 명확하게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서울시 관계자는 “직원 간담회 등을 열면 음료·다과 등을 마련할 실비 지원 정도라고 보면 된다”며 “보수를 올려주기 위한 의도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근로자이사제 도입 근거는 법률이 아니라 서울시 조례다. 이런 이유로 도입 초기부터 적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서울시가 한층 강력한 지침을 내려보내면서 가뜩이나 방만·적자 경영 지적을 받는 공공기관의 경영 비효율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공기업에 대한 감시와 견제장치를 추가해도 시원찮을 판에 공기업 내부자의 이익을 보장하는 잘못된 처사”라고 지적했다.

백승현/박상용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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