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베리에이션 - 이경철(1955~)
별거 아니에요 해가 뜨고 지는 거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거 별거 아니에요
가뭇없이 한 해 가고 또 너도 떠나가는 거
별거 아니에요
바람 불고 구름 흘러가는 거
흘러가는 흰 구름에 마음 그림자 지는 거
마음 그림자 켜켜에 울컥, 눈물짓는 거
별거 아니에요
그런데 어찌 한데요
텅 빈 겨울 눈밭 사각사각 사운거리는 저 갈대
맨몸으로 하얗게 서서 서로서로 살 부비는
저, 저 그리움의 키 높이는 어찌 한데요
해가 또 가고 기약 없이 세월 흐르는 건 별거
아닌데요.
시집 《그리움 베리에이션》(시월) 中
어찌 별거 아니겠는가. 해 뜨고 지는 일 꽃 피고 지는 일, 부는 바람에 흘러가는 구름 등 모든 일이 우리 범인에게는 별거다. 그래서 많은 시 속에 그것들이 들어 있고 많은 화제 속에 그런 일들이 끼어 있다. 그러나 시인은 그런 별거 다 놓아 보내고 마음에 두지 않는다. 그 비어서 맑은 마음속에 한갓 그리움만 가만히 키우고 있다, 꽃처럼 피워내고 있다.
문효치 < 시인·한국문인협회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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