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국 비해 아직도 배고픈 코스피지수

입력 2017-11-05 19:11   수정 2017-11-06 06:41

IT주는 대만, 금융주는 홍콩, 철강주는 중국의 '반값'

주요 업종가치 여전히 저평가
삼성전자 등 포함한 IT업종
미국·대만업종의 절반 수준
화학·철강도 일본·중국과 큰 격차

외국인들, 한국 주식 더 담아
경기민감·업종대표주 등
최근 한달새 3조 넘게 순매수
"기업실적 좋다"…추가 유입 기대



[ 윤정현 기자 ] 코스피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해외 주요국과 비교한 실적 대비 업종별 주가 수준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의 추가 자금 유입도 저평가 우량주에 집중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업종 가치, 경쟁국 절반 수준

5일 한국경제신문이 NH투자증권에 의뢰해 올해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주가 수준을 비교한 결과 코스피지수를 견인한 정보기술(IT)뿐 아니라 화학, 철강 등 수출주와 금융 유통 등 내수주까지 경쟁국보다 크게 저평가돼 있었다. 코스피지수(지난 3일 종가 2557.97)가 2550을 넘어서면서 올 들어 9배 수준에 머물던 유가증권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10.7배로 올라갔다. 하지만 IT를 비롯해 화학 철강 건설 금융 등 주요 업종의 PER은 여전히 10배를 밑돌고 있다. PER이 낮을수록 실적에 비해 주가가 싸다는 의미다.


주요국 업종과 나란히 놓고 보면 저평가 정도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IT업종의 PER은 8.2배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18.8배)이나 반도체 강국인 대만(15.5배)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같은 규모의 순이익을 낸다고 가정했을 때 한국에서는 미국이나 대만에 비해 주가가 반값 정도로 평가받고 있다는 뜻이다.

올 하반기 주가 상승폭이 컸던 화학과 철강도 비슷하다. 유가증권시장 화학업종 PER은 9.9배로 미국(18.9배) 일본(15.4배)에 크게 못 미쳤다. 철강도 9.7배로 미국(14.0배) 중국(20.6배)과의 격차가 컸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수출 호전과 기업 실적 개선 추세를 고려할 때 국내 기업의 주가가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업종뿐 아니라 하반기 들어 주춤한 금융업종(8.4배)도 미국(14.4배)이나 홍콩(18.8배)보다 저평가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부진했던 유통업종(15.1배) 역시 미국(26.6배) 일본(23.7배) 등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차이가 컸다.

국내 주요 업종 중 철강(0.6배) 유통(0.6배) 건설(0.7배) 금융(0.7배) 등은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도 1배가 채 안 됐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해당 업종 내 기업들의 주가가 자산을 다 팔고 사업을 청산할 때 가치보다 낮다는 의미다.

◆“저평가 우량주 부각될 것”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저평가 정도를 감안할 때 한국 시장으로 외국인 자금이 더 몰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실적 좋은 우량주를 싸게 살 수 있는 시장이라는 점이 부각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외국인은 최근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1628억원어치를 사들였고 코스피지수는 6.83% 뛰었다. 이 기간 외국인의 장바구니에 많이 담긴 종목은 삼성전자(누적 순매수액 7307억원) LG전자(3123억원) 등 IT주뿐 아니라 LG화학(4365억원) 현대중공업(2390억원) 포스코(1204억원) 등 경기민감주, KB금융(1637억원) 현대자동차(1394억원) 등 업종 대표주가 두루 포함됐다. 김영일 대신증권 글로벌전략팀장은 “4분기 들어 전 세계 시장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지고 있지만 실적을 기반으로 한 경기 모멘텀이 살아 있어 주식시장 강세는 지속될 전망”이라며 “앞으로 지역별, 업종별 차별화가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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