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 1000장 이미지 촬영
"스포츠 중계 카메라 대체"
[ 노경목 기자 ] “물풍선이 바늘에 찔려 터진다. 풍선의 고무가 천천히 벗겨지고 속에 있는 물은 풍선 형체를 얼마간 유지하다 쏟아져 내린다.”
1초에 1000장 안팎의 사진을 찍는 초고속 촬영을 통해 구현 가능한 장면이다. 내년 가을 출시되는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9부터는 스마트폰으로도 이 같은 촬영이 가능할 전망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5일 “삼성전자가 노트9 카메라에 초고속 촬영 기능을 탑재하기 위해 협력업체들과 부품 공급 및 개발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디지털 기기는 초당 수백 개의 이미지를 저장하며 동영상을 촬영한다. 갤럭시S8이나 아이폰8의 동영상 기능을 실행하면 1초에 250장 정도의 이미지를 찍는다. 갤럭시노트9의 초고속 촬영 기능은 초당 1000장 안팎의 이미지 촬영까지 지원할 것으로 예측된다. 1초에 들어가는 이미지가 늘어나는 만큼 움직임을 정밀하게 표현하는 ‘슈퍼 슬로모션’ 촬영이 가능하다. 움직이는 물체를 사진으로 찍을 때도 흔들림 없이 찍을 수 있다. 스포츠 중계에 사용되는 값비싼 초고속 카메라가 하는 일을 작은 스마트폰 한 대로 대체할 수 있다.
이 같은 기능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최근 ‘3층 이미지센서’를 개발해 가능해졌다. 맨 위층에 이미지센서를 배치하고 바로 밑에 D램 메모리반도체, 가장 아래에는 이미지센서와 D램의 기능을 조율하는 시스템 반도체를 결합한 제품이다. 디지털카메라는 이미지센서를 통해 찍고자 하는 형체를 받아들인 뒤 프로세서로 관련 정보를 전달해 인간이 눈으로 볼 수 있는 형태로 만든다. 짧은 시간에 지나치게 많은 이미지를 촬영하면 이미지센서와 프로세서 사이에 병목현상이 발생해 정상적으로 처리할 수 없다. 이미지센서에 붙은 D램은 대량의 이미지를 모아뒀다가 프로세서에 전달하며 이 같은 병목현상을 해결한다.
이런 기술은 삼성전자 스마트폰뿐 아니라 반도체 사업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허국 시스템LSI사업부 상무는 지난달 31일 삼성전자 실적발표회에서 “3층 이미지센서 시장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라며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판매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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