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40대 독신여성을 향한 눈길이 뜨겁습니다.
소비 주체이자 새로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으로 말입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40~50대 ’중년 독신여성(ミドルおひとり女子)‘을 향한 경제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히토리 퍼스트의 시대(おひとりファ? ストの時代)’라는 용어도 내놓고 있습니다.
고령화와 인구감소, 출산율 저하가 복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일본에선 2030년이 되면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독신’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노무라종합연구소 예측으론 성인 인구의 53%만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29%는 미혼(비혼). 18%는 배우자와의 사별이나 이혼 등으로 혼자 살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미혼·비혼 여성이 늘면서 이미 결혼하지 않는 여성은 30대의 28.5%, 40대의 17.2%에 달한다고 합니다. 30대 여성 네 명 중 한명, 40대 여성 6명 중 한명이 이미 ‘솔로’인 것입니다. 평생 결혼하지 않는 ’생애 미혼율‘도 여성의 경우 14.06%로 7명 중 한명 꼴이라고 합니다.
특히 40대의 경우, 미혼 여성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합니다. 40대 여성의 미혼율이 25년전 경인 1990년에는 5.2%에 불과했지만 2015년엔 17.2%로 3배 이상 늘었기 때문입니다. ‘단카이 주니어’ ‘베이비붐 주니어’라고 불릴 정도로 인구수도 많아 40대 여성 인구는 913만 명에 달합니다. 160만 명이 넘는 40대 솔로 여성 시장은 규모면에서도 무시 못 할 수준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이혼, 사별한 여성을 고려하면 또래 여성인구의 30%가까운 250만 명이 ‘독신생활’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 같은 사회 현상을 놓고 일본 기업들은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은 중년의 혼자 사는 여성을 타깃으로 한 사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 독신여성 소비는 기혼여성에 비해 2.7배가량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40대 미혼여성을 향한 구체적인 ‘현미경 분석’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마이니치신문은 40~50대 여성을 주목하는 이유로 △소비를 좋아하는 ‘거품 세대(40대 중반~50대 중반)’가 포함돼 있고 △인구수가 많은 ‘단카이 주니어(40대 초·중반)’세대가 있으며 △상승 지향을 지니고 젊음과 자기개발을 추구하는 여성이 많은 점 등을 꼽고 있습니다.
‘거품 세대’의 경우, 경제 버블 시기에 청춘을 보낸 세대로 젊은 시절부터 명품 브랜드와 패션, 드라이브, 리조트, 미식 등을 적극적으로 소비한 세대인 만큼 나이가 들어서도 소비성향이 강하다고 합니다. 거품붕괴 이후 어려운 시절에 청소년기를 보낸 요즘 젊은 세대와 달리 소비에 대한 죄책감도 약하다는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단카이 주니어 세대는 일명 ‘가난한 제비세대(貧乏クジ世代)’라고 불리기도 했답니다. 연령대 인구수는 많아 어린 시절부터 경쟁이 강했던 반면 외부 경제 환경은 좋지 않아 붙은 별칭이라고 하네요. 1993년 최초의 ‘취직 빙하기’를 맞닥뜨린 세대이자 남성들 사이에서 ‘처자식을 부양해야 한다’는 자신감을 상실해 미혼이 크게 늘어난 세대이기도 하다고 합니다.
40대 여성을 타깃으로 삼은 시장도 커지고 있습니다. 중년 독신으로 불리고는 있지만 40대 미혼여성 4명 중 1명, 50대 여성의 12%가 “언젠가는 결혼하고 싶다”는 ‘로망’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여성이 혼자 웨딩드레스 차림의 사진을 촬영하는 이른바 솔로 웨딩 산업이 성업 중 이라고 합니다. 도쿄 신주쿠에 있는 노체라는 회사의 경우, 드레스 선택에서 부케 만들기, 교토에서 사진 촬영 등 1박2일의 기간에 비용이 30만 엔(약 300만원)이 넘는 서비스를 시행 중인데 지난해 1~9월에만 150명이 넘게 이용했다고 합니다. 이 회사는 결혼 상담, 연애 상담, 드레스 선택, 헤어 메이크업, 사진 촬영 등의 서비스도 병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체 고객의 절반 이상이 40~50대라는 후문입니다.
홀로 사는 경제력 있는 독신여성용 식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냉동식품 브랜드 ‘피카르(Picard)’는 대형 유통업체 이온과 손잡고 도쿄 등 수도권 대형 마트에 전문 매장을 마련했습니다. 지난해 가을엔 도쿄 아오야마에 첫 단독 점포를 열기도 했습니다. 엄선된 재료에 합성착색료와 보존재를 사용하지 않는 ‘고급 냉동식품’을 표방하고 있다고 합니다. 1인용 제품도 구색을 다양하게 갖췄습니다.
또 로봇 청소기 등 1인용 가전제품의 주 고객도 40대 이상 여성이라는 것이 업계의 추정입니다. 독신 여성을 겨냥한 각종 여행상품도 부지기수입니다.
중년 독신 여성은 부동산 시장에서도 무시 못 할 구매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마이니치신문 분석에 따르면 일본 독신 여성들의 맨션(한국의 아파트에 해당)구매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제2의 독신여성 아파트 붐’이라는 평도 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지난 2004~2006년에 독신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주택시장이 호황을 맞은 적이 있었는데 최근 들어 다시 독신여성이 부동산 수요의 전면에 나섰다는 것입니다. 최근 도심을 중심으로 신축 맨션 가격이 오르면서 예전과 같은 소형 맨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편 독신 여성의 고민인 ‘고독사’ 문제를 겨냥한 사업도 활발하게 영업 중입니다. 일본에서 고독사 사례 7~8건 중 1건은 40대라고 합니다. 고독사가 발견되는데 1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가 남여 모두 30%를 넘는다고 합니다. 2017년 일본 소액단기보험협회에 따르면 고독사하는 사람들의 평균연령은 남성 59.6세, 여성 57.8세였다고 합니다. 고독사가 먼 미래의 두려움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이에 따라 함께 무덤에 들어갈 친구를 찾아 모임을 갖는다던지 각종 장례·무덤 관련 산업 서비스도 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일본 사회는 한국이나 서구사회에 비해 여성의 권익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인상입니다. 하지만 머릿수가 많고, 수중에 재력이 많은 중년 여성들의 ‘파워’를 고려한 사회의 관심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미혼(비혼) 일본 여성들이 일본 시장의 지형도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주의 깊게 살펴볼만 한 것 같습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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