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진 기자 ] 여권에도 힘이 있을까? 한국 여권은 세계 몇 위일까? 글로벌 금융자문회사인 아톤 캐피털(Arton Capital)은 세계 199개국을 대상으로 매년 ‘여권 파워 순위’라는 여권 지수를 발표한다. 여권 파워 순위는 그 나라의 여권으로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거나, 비자를 즉석에서 발급받을 수 있는 나라의 수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 지수에 따르면 한국 여권은 무비자 입국(117개국) 또는 비자를 입국한 공항에서 즉석 발급(40개국)하는 나라가 157개국으로 스웨덴과 함께 세계 3위였다. 1위는 159개국을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싱가포르가 차지했다. 올해 초에는 독일(158개국)과 함께 공동 1위였다. 하지만 파라과이가 싱가포르 여권에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면서 싱가포르가 단독 1위가 됐고 독일은 2위로 내려갔다. 중국은 싱가포르와 무비자 입국이 체결돼 있지만 한국과는 체결돼 있지 않다. 쿠바도 마찬가지.
4위(156개국)에는 덴마크 핀란드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노르웨이 일본 영국이, 5위(155개국)에는 룩셈부르크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오스트리아 포르투갈이 올라 있다. 미국은 2015년까지 155개국으로 3위에 머물렀지만 최근 터키에 대해 비자면제 혜택을 취소해 6위에 머물렀다.
여권 파워 최하위는 그 나라의 여권으로 22개국을 갈 수 있는 아프가니스탄이 차지했다. 22개국은 대부분 아프리카에 위치하거나 남미 소국이었다. 아프가니스탄 위로는 이라크와 파키스탄(26개국), 시리아(29개국), 소말리아(34개국)이었다. 북한은 38개국으로 리비아와 같은 하위권에 속했다.
여권이 해외여행의 필수품이 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다. 1920년 국제연맹이 여권에 대한 표준안을 만들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1949년 해외여행 규칙에 따라 여권 발급 업무를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여권을 발급한 지 68년. 한국 여권이 해외에서 불법으로 거래될 때 아주 비싼 가격에 팔린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이처럼 여권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효과적인 외교정책 덕분”이라고 아톤 캐피털의 필립 메이 싱가포르 지사장은 말한다. 경제력을 포함한 국력도 중요한 변수다. 한국은 특히 많은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개방된 나라다. 외국인의 왕래가 빈번해지는 만큼 여권의 힘도 세진다. 1인당 국민소득이 높아져 외국으로 자주 여행을 떠나는 한국인들을 환영하지 않을 나라는 없다. 잘사는 나라의 여권일수록 무비자 입국과 즉석 입국의 혜택이 많다는 점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국력은 모든 힘의 원천이다.
김형진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starhaw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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