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종교개혁이 한국 경제에 주는 교훈

입력 2017-11-06 18:19  

'유럽문명의 기적'은 종교개혁으로 확산된
경제적 자유의 산물

정부 간섭하면 경제문제 악화될 뿐
탈규제 통한 자유확립이 번영의 지름길

민경국 < 강원대 명예교수·경제학, 자유주의경제철학아카데미 원장 kwumin@hanmail.net >



문재인 정부는 “작은 정부가 선하다는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며 ‘개인의 삶을 책임지는 국가’를,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경제’를 위해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늘리며 복지도 확대하는 큰 정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종교개혁 500주년’(10월31일)을 맞은 우리에게 그런 목소리는 달갑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자유와 번영을 위한 길을 제시한 종교개혁의 가르침을 거스르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개혁이 추구한 가치는 종교적 자유만이 아닌 경제적 자유였다. 작은 정부가 선(善)이라는 게 종교개혁의 믿음이었다. 자유·재산의 보호를 위한 법질서의 확립·유지만이 정부의 정당한 과제라는 게 존 로크가 구체화한 종교개혁의 정치적 의미가 아니던가!

현 정부의 국정철학에는 경제적 자유, 재산권이라는 말은 찾기 어렵다. 정부계획, 시장통제, 보호, 육성, 그리고 큰 정부로 가는 길을 방해하는 인적·제도적 장애물은 없애겠다는 의미로 쓰이는 ‘적폐 청산’이란 말뿐이다. 원전 건설 중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세금 폭탄, 복지 확대 등 정부의 계획과 통제에 의한 인적·물적 자원 배분과 소득 분배가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이다.

심지어 토지 국유화에 대한 목소리까지 들린다. 자유와 재산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되레 자유와 재산을 유린·침해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촛불 혁명’으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가 의도하지 않게 100년 전 러시아 ‘10월 혁명’의 길로 가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10월 혁명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정부는 이상사회를 건설할 지적·도덕적 역량이 없다는 것을 또렷하게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정부의 과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종교개혁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성실한 노동과 기업가 활동을 통한 이윤과 부의 획득은 신의 축복이라는 인식, 근검절약과 저축을 통한 자본 축적은 정당하다는 등 막스 베버가 자본주의 윤리라고 말한 것도 종교개혁의 가르침이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경쟁을 통한 이윤 추구와 대기업 존재를 생산적인 노력이 아니라 힘의 논리의 결과라는 틀린 이유에서 자본가와 대기업에 적대적이다. 돈을 써야 성장한다는 소득주도 성장 논리는 근검절약과 저축을 중시하는 종교개혁의 자본주의 윤리와도 맞지 않는다. 노후복지, 공공주택, 보육, 교육 등 복지 확대를 통해 개인의 삶을 책임지는 정부가 되겠다는 현 정부의 야심도 경제적 운명은 국가에 의지하지 말고 개인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종교개혁의 가르침을 무시한 결과다. 부자는 빈자에게 자선할 도덕적 의무가 있지만, 정의라는 이름 아래 강제로 부를 빼앗아 빈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종교개혁의 교훈이다.

개인의 삶을 정부가 책임질 수도 없다. 정부가 시민 각자에게 좋은 삶이 무엇인가를 아는 건 불가능하고, 또 개인의 삶을 책임질 만큼 이타적이라는 것도 옳지 않다. 그래서 시민의 삶을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것는 아는 척한다는 의미에서 지적 자만이요, 도덕적인 척한다는 의미에서 위선이다.

종교개혁의 결과는 풍요롭다. 새로운 생각과 과학적 견해에 대한 개방적 자세가 형성됐고, 이는 경쟁을 유도해 과학과 기술 혁명을 불러왔다. 영구적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것 같던 대량 빈곤·실업도 종교개혁에 의해 유럽 전역에 확대된 상업과 시장을 통해 극복했다. 오늘날 전대미문의 경제적 번영과 노동자의 대폭적인 생활수준 향상 등 ‘유럽문명의 기적’은 종교개혁에 의해 확산된 경제적 자유의 산물이라는 걸 직시해야 한다. 수십 억 명의 인구를 먹여 살리는 건 정부가 아니라 자유시장이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는 성서(창세기1:28)의 명령을 성실히 수행하는 게 시장경제라는 걸 주지해야 한다.

정부가 간섭하면 경제 문제는 해결은커녕 더욱 악화될 뿐이다. 오늘날 실업, 빈곤, 저성장의 위기는 개인과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방해하는 규제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부의 과제는 탈(脫)규제를 통해 자유를 확립하고 정의를 관리하며 무의탁 극빈자를 보호하는 일이다. 작은 정부가 아름답다.

민경국 < 강원대 명예교수·경제학, 자유주의경제철학아카데미 원장 kwumin@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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