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왜 내 월급만 오르지 않을까

입력 2017-11-06 18:28  

임금은 경기와 노동생산성에 영향받아
R&D투자 확대하고 기업가정신 돋워야

최희남 < IMF 상임이사 >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고 자산시장의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경기회복을 알리는 지표들이 쏟아지고 있다. 주요국의 실업률도 완전고용 수준에 근접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임금도 많이 올라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임금상승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 임금과 실업률 간 역(逆)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필립스 곡선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고 있다. 현실 경제는 실업률로 나타나는 것보다 노동시장이 더 취약하다. 1주일에 30시간 미만 일하는 비자발적인 파트타임 고용이 늘었다. 정규직보다 보상과 혜택이 적은 단기 계약직도 늘고 있다. 노동시간 역시 줄어드는 추세다.

미국은 2017년 실질임금 수준이 1973년보다 겨우 10% 많을 뿐이다. 이를 연간으로 계산하면 0.2% 상승에 불과하다. 노동소득 분배분도 1974년 64.5%에서 올해는 56.8%로 줄었다. 노조 가입률이 감소하고 실질 최저임금이 하락한 것도 임금 상승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2000년 중반부터 고임금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하면서 이를 대신한 저임금의 사회 초년생 노동자들의 취업이 확대돼 임금 상승이 억제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경우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 없는 정상적 상황이고 앞으로는 임금 상승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임금 불균등도 심해졌다. 임금 인상 폭은 고임금 노동자에게 더 컸다. 세계화로 인한 저렴한 수입품 증가는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상승을 억제했다. 기술 진보는 고도 숙련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이지만 자동화를 통해 저숙련 노동자를 대체하고 임금 상승을 억제해 임금 불균등을 확대했다. 교육 수준에 따른 임금 차이도 커졌다. 미국에서 대학교육 이수자와 고교 이수자 간 임금 차이가 1979년 134%에서 2016년 168%로 확대된 것도 임금 불균등을 설명해준다.

임금은 노동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기변동과 노동생산성이다. 거시경제 요인은 물론이고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와 규제도 임금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임금 상승을 위해서는 단순히 노동시장 유인책을 일시적으로 제공하는 것보다 투자 확대를 통해 생산성을 제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을 촉진하는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특허권을 보호하며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비자발적인 파트타임 노동자 및 단기 계약직을 위한 보완책도 필요하다. 이들에게도 정규직이 받는 유급연차, 휴가보상을 비례적으로 확대하고 사회보험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능력개발을 지원하고 정규직으로 전환되도록 정책 측면에서 배려가 필요하다. 다만 정책지원을 확대하더라도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떨어뜨리지 않고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통화정책 측면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임금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 전체의 여유자원이 있다면 경제거품을 걱정한 통화정책의 방향 선회에 신중할 것을 권고했다. 조세제도와 정부의 사회안전망 지출은 고용을 지원하고 경제성장의 성과를 국민에게 골고루 나눌 수 있는 정책수단이다. 고용이 확대되고 노동시장 참여율이 높아지는 것도 가계소득 증대에 도움이 된다.

한국 경제는 올 3분기 성장이 1.4%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고용의 질이 높아지고 일자리가 늘어나서 월급봉투가 두꺼워지기를 기대해본다.

최희남 < IMF 상임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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