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인 듯 모피 아닌… '페이크 퍼'가 대세

입력 2017-11-06 20:10  

패션·환경 다 잡는 인조 모피

신세계·랭앤루·케이미 등 40만~50만원대 코트 선보여
'가성비' 높은 게 강점

인기 배경엔 동물보호 트렌드
구찌도 "진짜 모피 안 쓸 것"



[ 민지혜 기자 ] 가짜 털로 만든 인조모피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모피보다 가격은 낮은데 모피만큼 멋스럽게 연출할 수 있어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또 조르지오 아르마니, 스텔라 맥카트니에 이어 구찌까지 동물 모피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혀 인조모피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값싸고 패셔너블한 인조모피

신세계인터내셔날(SI)의 여성캐주얼 브랜드 ‘지컷’은 인조모피로 만든 ‘에코 퍼’ 컬렉션을 오는 10일 출시한다. ‘페이크 퍼(fake fur)’가 모피 수요를 대체해 동물을 보호할 수 있다는 데 착안해 에코 퍼라고 이름지었다.

야상, 조끼, 코트 등 다양한 디자인으로 제작한 이 에코 퍼의 장점은 가격이다. 흰색 인조모피 코트는 39만9000원, 밍크처럼 부드럽게 만든 퍼 코트와 베스트는 49만9000~59만9000원대다. 곰인형처럼 짧은 길이의 털로 만든 ‘테디베어 코트’는 길이에 따라 39만9000~79만9000원에 판매한다. 적게는 몇백만원에서 몇천만원대인 진짜 모피와 디자인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

가격의 강점을 앞세워 다른 국내 업체들도 더 많은 제품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페이크 퍼 머플러로만 2억원 이상의 매출을 낸 패션 브랜드 ‘랭앤루’는 올해 무스탕, 베스트, 코트 등으로 제품 라인을 확장했다. 스카이블루 핑크 등 튀는 색상을 섞은 40만~50만원대 코트의 인기가 높다. 올해는 페이크 퍼 제품으로만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페이크 퍼 전문 브랜드 ‘케이미’는 올겨울 현대백화점 본점과 무역센터점, 판교점 등 7개 백화점에 팝업스토어(임시매장)를 열고, 일본 마루이백화점에도 입점키로 했다.

◆명품들 ‘리얼 퍼’ 중단 선언

해외 명품업체들도 페이크 퍼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달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는 “동물 모피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마르코 비자리 구찌 최고경영자(CEO)는 모피반대연합에 가입하면서 “내년부터는 동물 모피 제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앞서 조르지오 아르마니, 캘빈클라인, 타미힐피거, 랄프로렌 등의 유명 패션 브랜드들이 진짜 동물 털로 옷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기존 모피 수요가 페이크 퍼로 옮겨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핫 브랜드’인 구찌의 이런 움직임은 다른 명품 브랜드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생로랑, 발렌시아가, 보테가베네타 등 케어링그룹에 소속된 다른 브랜드도 ‘동물 보호’라는 명분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페이크 퍼의 인기는 소비자 인식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지속가능성, 환경 보호 등 브랜드 정체성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규 신세계인터내셔날 지컷 상품 파트장은 “중년 여성들이 입던모피에 대한 이미지가 최근 페이크 퍼 인기로 인해 20~30대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며 “환경과 동물 보호에 관심이 많은 브랜드인지,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을 갖추고 있는지 소비자들이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시대”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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