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심해 재정투입 악순환
정책 불확실성이 큰 걸림돌
[ 박상익 기자 ] 재정난에 시달리는 베트남 정부가 국영기업 민영화로 재무 건전성 회복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정책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의구심 때문에 민영화에 관심 있는 기업들은 국영기업 지분 인수에 망설이고 있다. 2020년까지 국가 전략산업을 제외한 기업은 민영화하겠다는 것이 베트남 정부 방침이지만 전문가들은 민영화가 생각만큼 빠르게 진행되진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베트남 국영기업은 6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담배 전력 통신 석탄 원유 천연가스 농업부문의 국영기업 점유율은 90~100%에 달한다. 베트남 상위 10개 기업 중 9개 기업이 국영기업일 정도다. 그러나 국영기업은 경제성이 떨어지고 부채 비율이 높아 비효율의 상징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국영기업이 경제 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베트남 국영기업은 신용거래, 정부사업 조달, 연구개발 등에서 특혜를 받고 있음에도 각종 부정부패와 낮은 경영성과 때문에 개혁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여기에 기업 주력 사업과 관련 없는 분야에도 투자하면서 부실 정도가 심해지고 다시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베트남 공보처에 따르면 2016년 베트남 공공부채는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63.7%에 달하며 재정적자는 GDP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국가 신용등급 하락 요인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베트남 국영기업의 방만 경영에 대해 세계은행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세계은행은 ‘베트남 2035 리포트’에서 “국영기업 민영화야말로 베트남이 2035년까지 중상위 소득 국가로 도달할 수 있는 길”이라며 “민영화 작업이 지연되면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기감을 느낀 베트남은 2011~2015년에 이어 2016~2020 민영화 마스터플랜을 추진하고 있다. 국방, 공안, 원자력 등 전략적으로 국가가 소유해야 하는 국영기업 103개를 뺀 137개를 민영화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조치에 따라 2017년 상반기에 22개 기업이 민영화됐다.
베트남으로서는 민영화가 급선무지만 정부가 기대하는 만큼의 속도를 내기엔 버거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무역협회 호찌민사무소는 “정부가 2016~2020 민영화 계획에서 비공공재 분야의 정부 투자 자본 100%를 회수하려고 하지만 사회 전반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러빈트리엔 국립베트남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베트남이 국영기업 개혁에 실패해 경제 성장이 늦춰진다면 정치적 안전성에도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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