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에 분산 투자…판 커지는 'EMP 시장'

입력 2017-11-07 17:51   수정 2017-11-08 07:24

운용사들, EMP 펀드 출시 잇따라…증권사·은행도 ETF 담는 상품 확대

ETF 시장 성장 타고 '기지개'
공무원연금, 1000억 투자키로
글로벌 EMP 시장 120조원 달해
수수료 싸고 자산 배분 쉬워



[ 나수지 기자 ] ‘상장지수펀드(ETF) 자문 포트폴리오(EMP·ETF managed portfolio)’ 시장이 덩치를 불리고 있다. EMP는 전체 자산의 50% 이상을 ETF나 상장지수증권(ETN)에 투자해 운용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뜻한다.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다양한 EMP 전략을 활용하는 공모펀드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EMP 펀드는 일반 공모펀드에 비해 수수료가 저렴한 데다 자산 배분이 쉽다는 강점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기관투자가 사이에 더 인기

가장 먼저 상품을 출시한 건 KB자산운용이다. 지난해 4월 유망 국가의 대표지수 ETF에 분산투자하는 ‘KB 글로벌주식 솔루션’ 펀드를 내놨다. 이 펀드는 최근 1년간 15.84%의 수익을 냈다. 이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 AI 스마트베타’, 삼성자산운용의 ‘삼성 글로벌 ETF 로테이션’,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 VIPC’ 등 다른 운용사에서도 EMP 펀드를 잇따라 출시했다. 이들 공모 펀드의 설정액은 모두 415억원 수준이다.

개인투자자보단 자산관리 트렌드에 민감한 기관투자가 사이에서 EMP 관심이 더 높다. 지난달 공무원연금은 국내 연기금 가운데 처음으로 EMP 펀드에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위탁운용사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을 선정했다.

증권사와 은행들도 EMP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랩어카운트나 신탁에서 ETF를 담아 자산을 운용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은행에서 ETF 신탁 상품은 ‘효자상품’으로 통한다. ETF를 전략에 따라 사고팔기만 하면 돼 만들기가 쉬운 데다 신탁 수수료도 1%대로 높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4조5582억원이었던 은행의 ETF 거래대금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7조3924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주식펀드보다 수수료 약 1%p 싸

투자자 사이에 EMP 관심은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은 EMP를 활용해 낮은 비용으로 다양한 지역과 섹터에 분산투자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 연간 총보수는 1.29%다. 반면 주식형 ETF의 평균 연간 총보수는 0.33%에 불과하다. 국내에 출시된 EMP 펀드는 운용사가 주기적으로 ETF 비중을 조정해주는데도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 총보수보다 수수료가 낮다.

해외에서는 이미 미국을 중심으로 EMP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지난 2분기 말 글로벌 EMP 자산 규모는 1070억달러(약 120조원)였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EMP 시장이 2020년에는 7000억달러(약 780조원)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재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패시브 투자가 확대되면서 EMP 같은 2차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아직 시작단계지만 빠르게 시장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도 ETF 시가총액 30조원, 상품 수 300개를 돌파하는 등 EMP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자산운용사들도 국내외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 원자재 등 다양한 상품으로 EMP 펀드를 만들 수 있다. 대형 운용사는 자사에서 내놓은 ETF를 EMP 펀드에 담아 시가총액과 거래량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고배당 저변동 가치 모멘텀 등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는 주식의 특성인 ‘팩터’를 활용한 스마트베타 ETF가 출시되면서 액티브 투자 전략을 저렴한 수수료로 복제할 수 있는 방법도 생겼다”며 “EMP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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