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 늘리면 국가재정 망가져
자립 어려운 기초단체는 인근지역과 통합하고
지방세 배분방식도 개선해야"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
지방분권이 문재인 정부 개헌 추진의 메인 타이틀로 떠올랐다. 국회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 6월13일 지방선거 때 지방분권 강화가 포함된 개헌안 찬반투표를 함께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정당마다 단체장과 지방의원 후보를 내세워 혈투를 벌일 선거판에서 정부·여당이 주도하는 ‘지방정부 격상’ 개헌안은 가볍게 볼 수 없는 변수다.
수도권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낡은 지방행정체제는 문제가 많다. 광역단체인 울산시보다 기초단체인 수원시 인구가 더 많다. 단체장과 구의원을 선거로 뽑는 일부 자치구보다 인구가 10배 이상인 성남시 분당구는 성남시장이 구청장을 선임하고 구의회도 없는 행정구다. 중앙과 지방의 세출 비율은 40 대 60인데 국세와 지방세 세수 비중은 76 대 24여서 국세 수입 중 절반은 지방으로 넘어간다. 지방세 자체가 부족하고 자치단체 간 격차도 매우 커 지방교부세의 조정 역할이 중요한데, 인센티브 요소를 가미해 책임성과 효율성을 강조하지만 더 따내려는 로비가 치열하고 낭비하는 도덕적 해이도 난무한다. 지방행정체제와 지방세제를 그대로 두고 지방재정을 확대하면 국가재정은 망가진다.
지방행정체제와 세목배분은 단체장 선거를 개시하기 전에 손봤어야 했다. 단체장 및 지방의원 최초 선거를 1995년 6월27일에 실시하도록 공직선거법이 1994년 3월에 개정됐는데, 여당 일부에서는 선거 연기를 계속 주장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 입장이 불분명했고 행정체제 및 지방세 관련 법률개정도 지체됐다. 그러나 법정 선거일을 4개월 앞둔 시점에 대통령이 선거 실시를 전격적으로 발표했고 행정체제와 지방세법을 개정할 틈도 없이 선거가 강행됐다.
지방세 갈등은 서울 기초단체에서 먼저 폭발했다. 재산세가 구세여서 강남 자치구와 기타 지역 세수 차이가 엄청났다. 강남을 제외한 다른 자치구들은 서울시세인 담배소비세와 구세인 재산세 맞교환을 요구했는데, 세수 총계가 5000억원 수준으로 비슷해 서울시는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인구와 비례관계가 있는 담배소비세와 부동산 가격에 따른 격차가 엄청난 재산세 맞교환을 강남 자치구가 반대했고 결국 복잡하고 어중간한 타협으로 봉합했다.
인구가 과소해 자립이 어려운 기초단체는 인근 지역과 통합해야 한다. 광역시보다 인구가 많거나 비슷한 수원·창원·고양·성남·용인 등의 자치권은 확대해야 한다. 특별시·광역시와 도(道)의 세목 배분방식 차이도 지역 특성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 현행 지방세법에서 특별시·광역시에 속한 기초단체는 재산세와 등록면허세만 차지하고 나머지는 광역단체가 독점한다. 반면 도에 속한 기초단체는 핵심 세원인 재산세·지방소득세·주민세·담배소비세·자동차세를 독차지한다. 현행 배분방식에서 광역단체 중에는 서울시, 기초단체 중에는 성남시가 대박이다. 청년수당·청년배당을 뿌리고 ‘돈 좀 쓰자’며 토크 콘서트도 벌인다.
국세 중에서 지방세로 넘길 세목을 찾고 지방세 배분방식도 개선해야 한다. 지방소비세로 일부만 넘기는 부가가치세를 전부 이양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특별시·광역시와 도로 이원화된 배분체계도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수정해야 한다. 세목별 독식보다는 광역과 기초가 일정 비율로 안분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부가가치세는 주민 기여도가 세수로 직결되게 과세방식을 재설계해야 한다. 지역소비와 지방세 연결에 대한 확신을 불어넣으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유럽의 절반 수준인 부가가치세율도 인상하고 일부 면세 대상에 대해 낮은 세율로 과세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법인세와 소득세에 10% 부가되는 지방소득세도 개선해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법인으로부터는 이익에 대한 지역별 기여도 관련 자료를 징구해 배분 기준으로 삼고 양도소득세는 거주지가 아닌 재산 소재지에 귀속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출향민의 요구에 따라 지방소득세 중 일부를 출신지에 배분하고 국유림이나 국유도로 및 쓰레기 소각장처럼 주민 불편을 초래하는 시설에 지방세를 부과해야 한다. 행정체제와 지방세제는 법률사항이다. 개헌안과는 별도로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지방분권의 구체적 청사진이 담긴 결의안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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