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스, 공사 중단 7개월 손실 눈덩이
탈석탄 압박에 충남권 석탄발전소 밀집도 부담
인위적 보상 없다던 정부도 비용 보전에 '긍정적'
삼척에코파워는 "LNG 전환 못한다" 난항 거듭
업계 "정부, 삼척엔 석탄발전소 허용할 수도"
[ 김보형 기자 ]
SK가스가 당진 에코파워 1·2호기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더 이상 정부의 압박을 견딜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석탄발전소 사업이 7개월 넘도록 중단되면서 적자가 커지는 상황에서 건설 부지의 용도 완화 등이 이뤄지면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정부가 LNG 발전소 변경 대상으로 꼽은 4기의 석탄발전소 가운데 2기가 자발적 전환에 나섬에 따라 탈(脫)석탄 정책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포스코에너지가 짓고 있는 강원 삼척의 포스파워 1·2호기는 에코파워 1·2호기와 비교해 건설 여건 및 지역 주민의 의견이 판이하게 달라 전환 결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선 앞두고 사업 중단
SK가스는 2014년 산업은행과 함께 동부건설이 갖고 있던 동부당진발전(현 당진 에코파워) 지분 60%를 2100억원에 인수하면서 석탄발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동부당진발전이 2010년 정부의 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돼 2012년 발전사업 허가까지 받은 만큼 안정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지난 4월3일에는 마지막 인허가 절차인 전원개발사업실시계획 승인까지 받았다. 하지만 대선이 임박하면서 갑자기 관련 절차가 중단됐다. 주요 대선 후보의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 공약을 의식해 인허가를 미뤘다는 게 발전업계의 시각이다.
당진시와 충남 주민들이 석탄발전소 건설에 부정적인 것도 LNG 발전소 전환을 결정한 원인으로 꼽힌다. 환경부 조사 결과 지난해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많은 전국 상위 10개 사업장 중 4곳이 충남에 모여 있다. 이 가운데 태안화력(2위·22만5914t)과 보령화력(3위·21만9888t), 당진화력(4위·16만6155t) 등 3곳이 석탄발전소다. 전기 사용량이 많은 산업단지와 가깝고 항만을 통해 발전 원료인 석탄을 수입하기 쉬운 충남권에는 전국에서 가동 중인 57기 석탄발전소 가운데 절반을 웃도는 29기가 밀집해 있다. 이들 석탄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만 연간 11만t을 웃돈다. 충청남도 관계자는 “충남뿐만 아니라 수도권 주민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당진지역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SK가스(지분 51%)와 함께 사업에 참여한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인 한국동서발전(34%)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15%)이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기가 쉽지 않은 점도 LNG 발전소 전환을 결정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공적금융기관이 환경오염 우려가 큰 석탄발전소 사업에 투자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당진 에코파워 지분 15%를 보유한 산업은행이 사업 추진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매몰비용 보상이 쟁점
당진 에코파워 1·2호기의 LNG 발전소 전환 최대 쟁점은 석탄발전소 추진 과정에 들어간 매몰비용 보상 문제다. SK가스·동서발전·산업은행 등 당진 에코파워 주주사들이 석탄발전 사업권 인수와 설계 등에 이미 투입한 비용은 4132억원에 달한다. 매출이 없는 당진 에코파워의 연간 운영비도 2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가스가 LNG 발전소로의 전환을 수용할 경우 현재 1160㎿로 승인받은 발전용량을 확대하고, 기존 발전소 부지를 액화석유가스(LPG) 관련 기지로 조성할 수 있도록 관련 인허가 완화 요청을 한 것도 매몰비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SK가스가 전력 생산량을 키우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사업성을 높이려는 전략을 세운 것 같다”고 말했다. LNG 전환에 따른 인위적인 보상은 없다던 정부도 민간 발전사업자의 매몰비용을 최대한 줄여주는 방향으로 인허가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당진 에코파워 1·2호기와 함께 LNG 발전소 전환 대상으로 지정된 삼척 포스파워 1·2호기는 전환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석회석을 채굴하던 폐광산 부지로 발전소 이외의 용도로 활용이 쉽지 않은 데다 지분 100%를 보유한 포스코에너지가 이미 투입한 비용이 5000억원을 웃돌아 뾰족한 회수 대책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에코파워 1·2호기의 LNG 발전소 전환으로 어느 정도 정책적 성과를 올리면 포스파워 1·2호기에 대해서는 지역민의 의견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석탄발전소 건설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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