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그룹 취업 16명→0명…사법연수원생에 무슨 일이

입력 2017-11-07 18:58   수정 2017-11-08 07:36

수료생 최근 4년 취업 분석

안정적 일자리 찾는 수료생들
연수원생 평균 연령 높아지고
공직서 경력 쌓아 민간 이직 선호
대기업 법무팀 보강 수요도 줄어

로펌·국선변호사 진출 꾸준히 증가
부처는 경찰청, 로펌은 김앤장 '최다'



[ 김주완 기자 ] 사법연수원 수료생들의 기업체 취업이 최근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부 부처와 로펌(법무법인), 국선변호인 등으로의 진출 인력은 꾸준히 늘고 있다. 로스쿨 도입 이후 연수원생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곳에서 법조인 생활을 시작하려는 욕구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로펌은 김앤장, 정부 부처는 경찰청이 가장 적극적으로 연수원생을 영입했다.

기업체 인기 예전만 못해

7일 법원행정처의 ‘최근 4년간 사법연수원 수료자의 취업현황’ 자료에 따르면 연수원 수료 후 군입대자를 제외한 취업 대상자 기준으로 기업에 취업한 수료생 비율은 42기(2013년 수료) 13.5%에서 45기(2016년) 3.2%로 10%포인트 이상 급감했다. 인원수로 보면 42기 취업 대상자 645명 중 87명이 기업으로 갔지만 45기 취업 대상자 279명 중에선 9명만 기업행을 택했다.


2013년 16명의 수료생이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계열사로 진출했다. 하지만 이후 삼성행 수료생은 2014년 4명, 2015년 2명에 이어 작년엔 아예 없었다. 2013년엔 3명의 수료생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시민단체를 첫 둥지로 택했지만 지난해 시민단체로 들어간 수료생은 아무도 없었다.

이은혜 사법연수원 교수는 “올해 사법시험 폐지를 앞두고 최근 연수원생 규모가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진출 분야도 과거에 비해 좁아지는 경향을 보였다”며 “주요 기업의 법무팀 인력 구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기업 측 수요가 줄어든 것도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로펌은 김앤장이 인기 1순위

반면 로펌을 첫 출발지로 택하는 연수원 수료생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기업체에 비해 업무량은 많지만 대우가 상대적으로 좋고 안정성도 높기 때문이다. 연수원 수료생 가운데 로펌행 비율은 2013년 38.3%에서 지난해 42.3%까지 증가했다.

로펌 관계자는 “로스쿨 제도 도입 후 연수원생이 고령화되면서 기반이 탄탄한 유명 로펌에 몰리는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고 말했다. 연수원 수료생 평균 연령은 42기 만 28.8세에서 45기 31.5세로 올라갔다.

로펌별로 보면 지난 4년 동안 김앤장이 채용한 수료생이 51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광장(38명) 세종(31명) 태평양(26명) 등의 순이었다. 광장은 매년 9~10명 수준을 꾸준하게 뽑았다.

정부와 공공기관행을 택한 수료생 비율도 늘었다. 2013년 7.1%에서 지난해 10.4%로 증가했다. 대우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전문성을 쌓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각 부처에서 쌓은 경력으로 몸값을 높여 로펌으로 이직하려는 수료생 출신도 꽤 있다”고 전했다. 부처별로 보면 최근 4년 동안 경찰청에 취업한 수료생이 14명으로 가장 많았다. 국세청(12명) 법률구조공단(7명) 감사원(6명) 금융감독원·국민건강보험공단(각각 5명) 등이 뒤를 이었다. 안정적인 직업으로 꼽히는 국선변호사로 법조인 생활을 시작하는 수료생 역시 늘고 있다. 2013년 1.6%에서 지난해 3.6%로 비율이 증가했다.

판사는 10명 중 8명이 여성

판사(재판연구원)와 검사에 임용되는 수료생 비중은 매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판사는 2013년 7.0%에서 2016년 10.4%로 늘었지만 2014~2015년에는 7~8%대였다. 검사도 매년 7~8%대를 유지했다.

수료생 출신 중에서는 여성 판검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4년 동안 153명이 판사(재판연구원)에 임용됐는데 여성이 116명으로 75.8%에 달했다. 작년에는 29명 중 24명(82.8%)이 여성이었다. 검사는 4년 동안 총 139명 중 88명(63.3%)이 여성이었다. 개인 개업 또는 공동·합동 개업한 수료생 비중은 최근 4년 동안 18~21%대를 보였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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