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평형 축소되는 단점 있지만 물량 늘어나고 사업성 높아져
가락상아1·삼환가락 등 추진
분당·일산 '마이너스 재건축' 가능
[ 설지연 기자 ]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송파구 가락1차현대 아파트는 전용면적 84㎡와 123㎡로 이뤄져 있다.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44~102㎡ 915가구로 재건축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집 크기를 기존보다 줄여 가구 수를 늘리는 안이다. 한 주민은 “자녀가 모두 출가해 굳이 넓은 집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며 “일반분양 수익으로 조합원 분담금을 확 낮출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중대형 평형으로 구성된 기존 아파트를 중소형 위주 단지로 탈바꿈시키는 ‘마이너스 재건축’이 확산되고 있다. 중대형 평형으로 구성된 서울 강남권 단지들은 기존 용적률이 높아 사업성이 높지 않은 사례가 많다. 그러나 기존 주민들이 평형을 낮춰 가면 일반분양분이 늘어 사업성이 확 개선된다. 서울 강남권 중층단지들이 앞다퉈 마이너스 재건축을 선택하는 이유다.
◆집 줄여 가는 재건축 확산
지난달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송파구 오금동의 가락상아1차 아파트는 400가구 규모(용적률 299.75%)로 재건축하는 안을 확정했다. 이 단지는 1984년 용적률 194%를 적용해 226가구 규모로 지어졌다. 기존 전용면적은 60·107·123㎡ 등이다. 이를 전용면적 44~114㎡ 크기로 바꾼다. 기존 154가구이던 중대형(전용 107·123㎡)은 25가구(전용 114㎡)로 대폭 줄인다.
1984년 준공된 송파구 가락1차현대, 가락극동, 삼환가락 아파트 등도 마이너스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555가구(전용 59~149㎡) 규모의 가락극동 아파트는 재건축 후 1070가구(전용 45~124㎡) 규모로, 648가구(전용 72·84·121㎡)의 삼환가락 아파트는 1082가구(전용 45~122㎡) 규모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모두 종전 중대형 비율을 대폭 줄인 반면 중소형 주택을 늘렸다.
이들 단지는 용적률이 180~200% 선으로 높아 저층(5층 이하) 아파트에 비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건축물 바닥면적의 합계를 대지면적으로 나눈 비율이다. 기존 용적률과 재건축 후 용적률 차이가 클수록 일반분양분이 늘어 분양 수입이 증가하고, 주민들의 사업비 부담이 줄어든다. 정비업계에선 통상 기존 용적률이 180%를 밑돌아야 사업성이 있다고 여긴다. 2종 일반주거지역 용적률은 250%, 3종 일반주거지역 용적률은 300%로 억제되는 까닭이다. 하지만 마이너스 재건축을 하면 같은 용적률로도 더 많은 일반분양분을 확보할 수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10년 전만 해도 기존 면적보다 재건축 후 작은 면적을 배정받아야 한다고 하면 주민 반발이 심해 어쩔 수 없이 기존 아파트 면적과 같거나 더 크게 지어야 했다”며 “고령화 등으로 중소형 평형의 인기가 중대형보다 높아지자 조합원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1기 신도시 재건축 해법으로 부상
전문가들은 경기 성남 분당, 고양 일산 등 1기 신도시도 향후 마이너스 재건축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1991~1993년 전후로 입주한 분당신도시 아파트의 상당수는 용적률이 140~200%에 달한다. 기존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을 시도해도 수익성이 높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이 때문에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을 택하는 단지도 다수다.
하지만 중대형 비율이 높은 단지들은 마이너스 재건축을 통해 일반분양 물량을 대폭 늘려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정자동 인근 A공인 관계자는 “분당엔 전용 200㎡에 달하는 대형 평형대도 많아 이들을 85~130㎡의 중대형으로만 줄여도 사업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자녀가 분가하면 중소형으로 옮기고 남는 지분을 현금으로 받으려는 이들도 많다”며 “조합원들의 니즈가 달라지면서 용적률이 높은 중층 단지도 재건축 수익성을 확보할 길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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