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불 붙이는 '연기금 호재'… "벤처 육성 수단으로 쓰면 위험"

입력 2017-11-08 17:36  

연기금, 코스닥 투자 확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코스닥에 연기금 13조 더 투입

"벤처·중소기업의 자금 흐름 개선…성장률도 높여"
"코스닥기업 절반 적자…투자할 곳 많지 않아"



[ 임도원/유창재/조진형 기자 ]
정부가 연기금 주식투자에서 코스닥 비중을 대폭 확대키로 하면서 시장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2% 수준인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비중을 10%로 끌어올려 수익률을 높이고 벤처·중소기업 투자 활성화도 꾀한다는 복안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13조원가량이 코스닥시장에 새로 투입되는데,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소외된 코스닥시장이 재평가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동시에 연기금의 투자위험 확대와 독립성 훼손 논란이 불거질 공산이 크다. 특히 연기금 중에서도 ‘큰손’인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만큼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를 확대하더라도 기금 운용의 독립성 확보와 리스크관리 대책, 코스닥시장 투명성 확대 방안 등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식시장 대형 호재지만…

증권업계에선 일단 연기금의 코스닥시장 투자 확대를 ‘초대형 호재’로 보고 있다. 연기금이 투입하게 될 13조원은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의 5.3%에 해당한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코스닥은 시총이 적은 기업이 많은데 연기금이 추가로 투자한다면 엄청난 호재가 될 것”이라며 “수급 측면뿐 아니라 연기금의 공신력에 따른 코스닥시장 신뢰까지 덩달아 높아져 주가 상승 요인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코스닥 투자비중 10%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대형주 위주로 편입하는 연기금이 마땅히 투자할 코스닥 종목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코스닥 기업은 전체 1255곳에 이르지만 절반이 넘는 673개사(전체의 53.6%)가 올해 상반기 적자를 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분석보고서를 내는 코스닥 기업도 99곳(7.9%)에 불과하다. 99개사의 시가총액은 89조원(전체의 37%)에 그친다. 시총 21조원이 넘는 셀트리온이 내년 초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하면 68조원으로 쪼그라든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주주 지분을 감안하면 실적을 추정할 수 있는 종목의 유통물량 대부분을 거둬들여야 10조원을 투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코스닥의 현실을 제대로 알고 정책을 추진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연기금 독립성 훼손 우려

정부의 특정 정책에 연기금을 ‘동원’하는 것이 맞느냐는 논란도 불거질 소지가 크다. 국민 노후자금 등으로 구성된 연기금을 정권 입맛에 맞게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건 운용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국민연금에 몸담았던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닥뿐 아니라 공공임대주택, 국공립보육시설 확대 등 정부 정책에 연기금을 동원하려는 게 정부의 의도로 보이지만 부작용만 키울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연기금이 정권의 외압을 받아 투자에 나섰다가 손실을 본 사례들이 있다. 한 연기금에서 기금운용본부장(CIO)을 맡았던 관계자는 “과거 정권이 기반을 두고 있는 특정 지역의 기업에 투자하라는 압력을 받아 자금을 집행했다가 손해를 보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고 전했다. 공무원연금은 2014년 ‘알펜시아 리조트에 1조원을 투자하라는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을 받는 등 연기금에 대한 외압설은 끊이지 않았다.

◆코스닥기업 투명성 높여야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확대를 반기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결국은 안전하게 저수익을 낼 것이냐와 다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고수익을 추구할 것이냐 사이의 선택 문제”라며 “코스닥 투자 확대는 연기금 운용위원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안이지만 연기금들도 필요성은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실장은 “연기금이 코스닥 투자를 확대하면 벤처 자금 흐름을 촉진해서 경제성장률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코스닥 투자의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며 “코스닥 기업들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함께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도원/유창재/조진형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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