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분야에서 중국과의 관계 설정 등을 놓고 미묘한 불협화음이나 엇박자가 표출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별 탈 없이 넘어갔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문제 논의에서 한국을 건너뛰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코리아 패싱’ 논란을 일축했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서는 “미국에 그렇게 좋은 협상은 아니었다”고 했지만 “잘 풀려 미국에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길 바란다”고 말하는 정도에 그쳤다. 당초 예상에 비해 상당히 톤다운 된 것이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비즈니스맨다운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수시로 ‘미국의 일자리’와 ‘무기 구매’ 이야기를 꺼냈다. 정상회담 모두에서 “현명한 군사비 지출은 언제나 잘하는 일”이라며 “한국이 미국산 무기 구입을 크게 확대해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가 감소할 것이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국방 장비는 미국에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라는 표현도 썼다. 보기에 따라서는 북핵보다 경제 문제를 더 중시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외교 안보를 지렛대 삼아 경제적 실익을 챙기는, 실리 외교의 전형을 보여준 것이다.
미국만 그러는 게 아니다. 일본은 트럼프 방일을 계기로 양국이 아시아, 중동 등지에 공동으로 인프라 수출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중국도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와 미국의 골드만삭스가 5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미국 제조업 등에 투자하는 방안을 트럼프 방중 기간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미국의 ‘무역 불균형 공세’를 피하면서 자국의 경제적 이득까지 챙기는 전략들이다. 미국의 한·미 FTA 개정 공세에 수비적이고 소극적인 대응만 모색해온 한국과는 참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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