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에 기금에… 꽁꽁 묶인 한국 IT
국회가 돕기는커녕 발목 잡아서야
김민호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이장폐천(以掌蔽天).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뜻이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최근 국정감사에서 구글을 겨냥해 “세금도 안 내고 고용도 없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구글이 “우리는 한국에서 세금을 내고 있고 수백 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라고 반박하는 모습을 보고 떠오른 사자성어다. 구글은 “우리의 연간 총매출은 얼마이며 그래서 세금은 얼마를 납부했다”고 밝히는 것이 마땅했다. 수백 명의 직원 중 우리나라 사람이 몇 명인지도 밝혀야 했다.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으면서 한국의 세법과 조세조약을 준수하고 있다고 항변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구글은 국내 앱 마켓을 통해 4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전해지고 유튜브나 구글의 검색광고까지 더한다면 매출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매출을 알 수 없다. 구글의 한국 현지법인인 구글코리아는 외부 감사와 공시가 면제되는 유한회사이기 때문이다. 구글이 한국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의 극히 일부만 세금으로 내고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 때문에 구글 같은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들에 별도의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런 상황에서 “세금을 내고 있다”는 구글의 변명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국내에서 2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직원 7700여 명을 고용하고 있는 네이버와 비교해 볼 때 겨우 수백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는 구글의 변명 역시 궁색하기 그지없다.
네이버와 구글의 공방은 국회에서 국내외 IT기업 간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구글·애플·페이스북 한국지사 대표들을 국정감사 자리에 불러내면서 시작됐다. 국회의원들이 ‘네이버 청문회’를 하듯이 이해진 의장에게 질타성 질의를 퍼붓자 이 의장은 구글을 비롯한 외국기업과의 역차별에 대한 서운함을 쏟아냈다.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은 매출에 대한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고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했으나 규제는 국내 기업들에 집중됐다. 통신사마저 구글에는 망 사용료를 받지 않고 국내 기업들에만 수백억원의 사용료를 받고 있는 상황을 놓고 보면 이 의장의 서운함이 충분히 이해된다. 애플코리아, 구글코리아, 페이스북코리아 대표들은 하나같이 매출을 묻는 질문에는 “본사 차원의 일이어서 모르겠다”, 조세회피 논란에 대한 지적에는 “국내 법 준수에 최선을 다하겠다”, 불공정 행위 시정요청에 대해서는 “본사에 보고를 올리겠다”고 판에 박힌 말만 되풀이했다. 그럼에도 국회 상임위원장은 국내 기업 대표들만 남겨둔 채 이들을 돌려보냈다고 하니 국민들은 자괴감이 들 수밖에 없다.
외국기업에 세금도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황에서 포털에 방송통신발전기금을 걷겠다고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이 여럿이라고 하니 참담한 마음이 든다. 플랫폼사업자에게 기금을 걷는 것의 부당성은 차치하더라도 이런 기금을 구글 등 외국기업에도 거둘 수 있는 집행력이 있는지 묻고 싶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기획재정부,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은 범정부기획단을 발족해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정부나 국회나 모두 역차별 해소보다는 국내 기업에 대한 질타와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만 보이고 있으니 과연 한국에서 4차 산업혁명의 불꽃이 살아날지 의문이다.
인터넷기업은 국경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특성상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은 곧바로 기업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친다. 정부와 국회가 우리 기업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외국기업에 대한 규제집행력이 담보되지 못하면 아예 이런 규제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국감 때마다 기업인들을 무더기로 부르는 적폐도 청산해야 한다. 국민과 기업을 섬기고 도와주는 진정한 국민의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
김민호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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