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석에 박수 유도… 연설 끝내고 '엄지 척'

입력 2017-11-08 18:39  

눈길 끈 '트럼프 스타일'

트럼프, 막판까지 연설문 수정
"평창올림픽 행운을 빈다"

예정보다 10여분 늘려 35분 연설
여야 의원들 22번 박수



[ 박종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한국 국회에서 연설한 35분 동안 여야 의원들은 22번의 박수를 쳤다. 연설이 끝났을 때 의원들은 모두 기립박수를 보냈고 일부는 함성을 외쳤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화답했다. ‘엄지 척’을 비롯한 그의 여러 손동작은 ‘트럼프 스타일’이라 불리며 관심을 끌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 예고돼 국회 울타리는 8000여 명의 경찰 병력이 에워쌌다. 당국의 ‘철통 경호’로 국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고 떠날 때까지 일반 시민의 출입이 철저히 차단됐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에 있는 국회는 ‘섬 속의 섬’이었다. 국회 경내에서도 경찰 병력이 길 양옆에 1m 간격으로 촘촘하게 도열해 삼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국회도 의사당 건립 이후 트럼프 대통령 측에 최고 수위의 경호를 제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의원과 주요 귀빈이 드나드는 2층 정문을 통하지 않고 경호가 용이한 1층 입구를 통해 국회 본청에 들어섰다. 의원들은 이날 예외없이 의원 배지를 모두 착용해야 했다. 배지가 출입 허가를 위한 일종의 ‘비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국회 직원들도 금속탐지기를 이용한 몸수색을 거쳐 출근했다.

국회 본청에 들어선 트럼프 대통령은 로비에 미리 마중 나와 있던 정세균 국회의장의 영접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 의장과 인사한 뒤 방명록에 검은색 펜으로 “한국과 함께여서 대단히 영광이다. 감사하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 앞서 정 의장 및 여야 지도부와 짧은 환담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도착이 일정보다 15분가량 늦어지면서 환담은 예정(10분)보다 짧은 3~4분간 이뤄졌다. 김영수 국회 대변인은 “짧은 만남이라 다른 참석자들의 발언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환담에는 정 의장과 심재철·박주선 국회 부의장, 김교흥 국회 사무총장, 우원식 더불어민주당·정우택 자유한국당·김동철 국민의당·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심재권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예정(11시)보다 약 20분 늦게 시작됐다. 정 의장은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문을 손보는 것 같다”며 “잠깐 기다려주셔야겠다”고 참가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당초 비무장지대(DMZ) 방문 시 내놓으려고 했던 대북 메시지를 연설문에 일부 담고, 평창올림픽 관련 내용을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 “내가 국회연설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얘기를 해주면 도움이 되겠느냐”고 물었고, 문 대통령은 “그렇다”고 답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몇 달 뒤면 여러분은 23차 동계올림픽이라는 멋진 행사를 개최하게 된다. 행운을 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손을 이용한 제스처를 적극 활용했다. 연설 도중 의원석을 향해 손짓과 함께 박수를 치며 박수를 유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강조해야 할 대목에서는 엄지와 검지를 맞댄 ‘OK’ 제스처를 취했다. 연설 시간은 약 35분으로 당초 예정된 20여 분보다 길었다.

연설이 끝난 뒤 박수와 함성이 쏟아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정 의장과 악수하고 의원들의 의석을 손가락으로 가리킨 뒤 같이 박수를 치곤 엄지를 들어보였다. 중앙 통로와 가까운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악수하다가, 다소 떨어져 있는 한국당 의석에서 박수와 환호가 나오자 고개를 돌려 바라보곤 ‘엄지 척’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도 1층 출구로 퇴장하면서 사진을 찍는 취재진과 국회 직원들을 향해 미소와 함께 손을 들어 화답했다.

박종필/김기만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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