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비대면 계좌의 약 40%는 키움증권에서 개설됐고, 주식 거래수수료 인하 경쟁은 과거와 달리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초대형 증권사들을 상대로 키움증권이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키움증권은 투자은행(IB) 부문에서도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 특화 전략을 앞세워 코스닥 기업공개(IPO)에서 뚜렷한 실적을 내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온라인 자산관리 등 증권업계에 불고 있는 ‘4차 산업혁명 바람’도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벤처기업 DNA
키움증권은 태생부터 다른 증권사와 달랐다. 대부분 증권사가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회사의 계열사로 출발한 것과 달리 ‘밑천’ 없이 시작했다. 키움증권은 2000년 점포 없는 증권사로 출범해 온라인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며 성장해왔다.
경쟁사와 차별화한 정보기술(IT)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일찌감치 구축해 온라인 증권거래 시장을 선점했다. 보수적인 문화를 갖고 있는 다른 증권사와 달리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 업체들과 비슷한 피가 흐르고 있다.
모회사가 IT 전문기업 다우기술인 점도 키움증권이 남다른 유전자를 지닌 배경이다. 벤처기업 형태로 시작한 회사답게 의사결정이 빠르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은 “‘스테이 헝그리, 스테이 풀리시(Stay hungry, stay follish·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살라)’라는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에 과감히 도전하고 작은 성공에도 자만하지 않는 분위기가 사내 전반에 녹아 있다”며 “혁신과 차별화는 그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의 IT DNA는 최근 금융권의 화두로 떠오른 핀테크(금융기술) 경쟁에서 한 발 앞서갈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과가 비대면 계좌 개설이다. 작년 2월 비대면 계좌 개설이 허용된 이후 증권업계에서 가장 많은 계좌가 키움증권에서 개설됐다. 신규 계좌 중 약 70%가 비대면 개설 계좌다. 단순 수수료 인하 경쟁에서 벗어나 고객이 사용하기 편리한 인증 기술을 적용한 게 성공 비결로 꼽힌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업무도 빠르게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만으로 ISA 계좌 개설부터 이체까지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키움증권 ISA는 출시 이후 22.9%(키움기본투자형 초고위험 누적 수익률 기준)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증권업계 최상위권이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기술 접목도 활발하다. 지문과 홍채를 활용한 생채 인식 기능을 모바일 증권거래시스템(MTS)에 적용해 편리하면서도 안전한 금융거래를 돕고 있다.
동남아에 핀테크 기술 수출
브로커리지 1위 증권사답게 많은 개인 고객도 키움증권의 힘이다. 모집단이 큰 만큼 다른 증권사보다 빅데이터를 구축하기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2년 전 사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트레이딩 시스템을 통해 고객이 많이 조회하는 종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서비스 등을 개발했다.
작년 8월엔 금융공학과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종목 발굴 알고리즘 스토어 ‘로보마켓’을 선보였다. 로보마켓에는 알고리즘 종목 발굴 엔진을 보유한 15개 디지털금융 전문업체가 입점해 있다. 투자자는 각 서비스를 체험해본 뒤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상품을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장영수 키움증권 전략기획본부 담당이사는 “브로커리지 점유율 1위 업체로서 수많은 고객의 요구를 듣고 검토하다 보니 노하우가 축적됐다”며 “개인투자자의 투자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1 대 1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해 신뢰도 높은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의 핀테크 역량은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올해 1월 태국 주식시장 점유율 3위인 피낸시아사이러스증권과 온라인 주식거래 시스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3월에는 일본 대형 금융회사인 SBI그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로보어드바이저 온라인 자산관리 등 핀테크 부문에서 협력을 약속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에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및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플랫폼 수출도 추진 중이다.
지난달엔 통신사 KT와 손을 잡았다. 두 회사는 AI 기반의 증권서비스, 로보마켓과 연계한 사업 협력,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금융서비스 등 핀테크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키움-기가지니 인공지능(AI) 증권서비스’는 KT가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의 스피커를 활용해 TV 화면에서 주식시세, 시황정보, 투자전문가 방송 등을 볼 수 있도록 개발할 예정이다.
중소·벤처기업 특화 IB
키움증권은 IB 부문에서도 다른 증권사와 차별화된 길을 걷고 있다. IB사업 초기부터 브로커리지 고객 기반을 활용해 중소·벤처기업 고객 확보에 힘썼다. 2010년 출범한 중소·벤처기업 네트워크인 ‘키모로’가 대표적인 사례다. 2009년부터 IB사업을 본격화한 키움증권은 이 네트워크를 통해 장기 고객을 확보하고 신뢰를 구축했다.
기대보다 성과도 빠르게 나타났다. 2010년 하반기 출범한 IPO를 전담하는 기업금융팀은 이듬해 코스닥 상장사 옵티시스의 상장 주관을 따냈다. 대형사들과의 경쟁에서 이룬 성과였다. 작년에 키움증권은 7개 기업의 코스닥 상장 주관을 맡았다. 지금은 국내 중소·벤처기업이 IPO를 검토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증권사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IPO 부문 성공을 발판으로 종합 IB 증권사로의 확장을 추진 중이다. ‘중소·벤처기업 특화’라는 키움증권의 색깔은 확장 전략에도 유지되고 있다. 키움증권은 작년 4월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로 선정됐다. 올해 4월에는 1000억원 규모의 성장사다리펀드의 인수합병(M&A)펀드 위탁운용사로 뽑혔다. 증권사가 펀드 출자 콘테스트에서 운용사로 뽑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키움증권의 중소·벤처기업 성장 전략과 네트워크를 높게 평가했다는 분석이다.
구조화금융과 대체투자 부문도 키움증권 IB의 새로운 수익원이다. 구조화 부문에서 올해 대한항공 자산유동화증권(9000억원), CJ인도네시아 법인 대출(2000억원), CJ임차보증금 유동화 등을 주관했다.
대체투자에서는 다섯 건의 수익형 부동산 투자상품을 출시했고, 채권발행시장(DCM) 영역에서도 올해 1조3000억원 규모의 채권 인수 실적을 올렸다.
최창민 키움증권 IB사업본부장은 “IB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2009년보다 이익 규모가 올해 3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모든 부문에서 서비스가 가능한 IB 플랫폼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만수/김태호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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